SK이노 "카본에서 그린으로, 5년간 30조 투자"...배터리 분사 공식화

입력
2021.07.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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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누적 수주 1테라와트 이상 "글로벌 톱3 진입"
2027년 연간 250만톤 폐플라스틱 재활용 목표
배터리 사업 분사 언급에 주가는 9% 급락

지난 60년간 정유사로 각인된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 그린 사업 분야로 들어서겠다면서 완전한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5년간 30조 원을 투자, 그린 자산 비중을 70%까지 늘릴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스토리 데이'에서 이런 내용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했다. 그동안 주력해 온 정유·화학 위주의 탄소 사업에서 배터리·재활용 플라스틱 중심의 친환경 분야로 회사의 정체성을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파이낸셜 스토리의 골자다.

배터리가 끌고 '도시 유전'이 미는 그린 포트폴리오

SK이노베이션이 이날 밝힌 그린 포트폴리오의 선두주자는 단연 배터리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현재 배터리 사업은 1테라와트 이상의 누적 수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테라와트 이상을 수주한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위 2개사 정도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포드와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설립하면서 시간당 400기가와트(GW) 규모의 물량을 추가 확보, 글로벌 톱3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또 현재 40GW 수준인 연간 생산 능력을 2030년까지 500GW 이상으로 확대,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배터리 사업에만 5년간 18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배터리 사업 매출은 올해 3조5,000억 원에서 내년엔 6조 원까지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나간다. 분리막 사업에는 5조 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현재의 3배인 40억㎡로 생산 능력을 늘릴 계획이다.

그린으로의 전환을 위한 또 다른 축은 SK종합화학의 '도시 유전' 사업이다. '도시 유전'은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든다는 개념이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2027년 기준 국내외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의 100%인 연간 25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고,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제품 비중 100%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유사업은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연료 자동차 증가세에 맞춰 휘발유·경유 등 육상 수송용 석유제품 생산을 줄이고 석유화학 원료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런 내용의 정유·화학 사업에 대한 그린 전환에 향후 5년간 7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친환경 연구개발(R&D)도 전면 개편, 연구 인력을 2배 확충하고 수도권에 R&D 센터도 건립할 방침이다.

배터리 사업 분사 공식화… 주가는 8.8% 급락

시장의 관심은 3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쏠렸다. 김 사장은 "고객사와의 합작사 설립 등 파트너링, 에쿼티(equity·자기자본), 기존 사업 지분 매각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에쿼티란 결국 배터리 사업 분사 및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을 발행하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수면 아래서 예상됐던 배터리 사업 분사가 공식적으로 언급된 셈이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사장은 "(배터리 분사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사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시점이 되면 시장과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 고민한 뒤 결정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김 사장은 이어 "배터리 사업은 글로벌 비즈니스인 만큼 나스닥 상장 또는 나스닥·국내 증시 동시 상장 옵션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배터리 사업 분사에 따른 가치 하락 우려로 장중 9.31%까지 급락, 8.8% 하락한 2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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