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의 야구민국] 타격으로 대학 야구 평정, 서상호 선수

입력
2021.06.30 14:20
서상호 성균관대 야구부 선수 
2021년 대학 야구리그 왕중왕전서 성균관대를 우승으로 
전 해태타이거즈 이종범 선수 빼닮은 오툴(5 Tools) 플레이어 
"대학에 있는 동안 태극마크 달고 국가 대표해 활약하고 싶어"



서상호(23·성균관대 야구부) 선수는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아마 최고의 숨은 보석'으로 통한다. 전 해태타이거즈 이종범 선수를 연상시키는 오툴(5 Tools) 플레이어다. 타격의 정확성, 파워, 안정된 수비, 정확한 송수, 빠른 주루 등에서 동년배들을 압도한다.

서 선수는 2021년 대학 야구리그 왕중왕전에서 성균관대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다. 타율 0.419, 도루 9개, 출루율 0.513, 장타율 1.061 등을 기록했다. 혹자는 그의 활약을 지켜본 후 박해민을 연상시키는 넓은 수비, 김강민의 강한 어깨, 김지찬의 야구 센스, 이순철의 도루, 정근우의 컨텍 능력을 겸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 선수는 “대학에 있는 동안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이후에 프로로 진출해 활약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리그에서 갑자기 등장한 선수가 아니다. 고교 야구에서도 최고 선수로 손꼽혔다. 대구고 재학 시절, 2018년에 봉황대기 전국 고교 야구 대회에서 타율 0.560에 최다 도루상, 최다 안타상 및 대회 MVP를 휩쓸며 팀을 우승시켰다. 같은 해 대통령배 전국 고교야구 대회에서도 타율 0.333, 최다 도루상, 타격 2위에 더해 또다시 대회 MVP를 거머쥐었다. 팀은 당연히 우승했다.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는 팀의 준우승을 견인했다. 서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대구고는 2018년 한해에 4개의 메이저 대회(황금사자기, 봉황대기, 대통령배, 청룡기)에서 세 번을 결승전에 올라 2번이나 우승기를 들어 올렸다.

이렇게 뛰어난 선수가 왜 프로 진출에 실패했을까? 첫 번째 요인은 당시의 분위기였다. 서 선수의 프로필상 키는 178㎝, 몸무게는 76㎏로 운동선수치고 큰 체격이 아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프로 스카우터들이 고교 선수들을 지명할 때 당장의 실력 이상으로 체격을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였다. 장래성에 투자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대학에 진학한 3년 사이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지찬, 박해민 선수의 활약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고교 야구를 평정했으나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프로 진출에는 실패한 서 선수에게 말 그대로 '때'가 찾아온 셈이다. 혹자의 말마따나 '왕의 귀환'이 눈앞이다.

서 선수는 지금의 성과를 내기까지 가장 고마운 분으로 이연수 성균관대 감독과 손경호 대구고 감독을 꼽았다.

"이 감독님은 저보다 저를 더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 혹은 보완해야 할 것들을 세세한 것까지 일러주십니다. 특히 타격과 주루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많이 여쭈어보는데 이해가 될 때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십니다. 감독님 덕분에 야구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된 느낌입니다. 고교 시절 저를 이끌어주신 손 감독님도 잊을 수 없습니다. 큰 경기에서 실수했을 때 꾸지람보다는 격려와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고, 훈련이 끝난 후 개인지도도 해주셨습니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서 선수는 프로에서 활약한 뒤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