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붕괴 참사가 일어난 미국 플로리다주(州) 12층 아파트(콘도)가 최근 대규모 보수 공사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수 비용 견적이 한국 기준으로 200억 원 가까이 나올 정도로 구조적 손상이 심각했다. 이번 참사가 인재(人災)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자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당국은 범죄 혐의 수사를 위한 법적 조치 검토에 착수했다. 하루아침에 가족과 이웃, 집을 잃은 주민들도 줄소송에 나섰다.
29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무너진 ‘챔플레인 타워 사우스 콘도’ 주민위원회 진 워드니키 위원장은 지난 4월 9일 135가구 주민에게 “콘크리트 상태가 향후 몇 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그는 “콘크리트가 깨지는 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콘크리트를 잡아주는 철근이 표면 아래에서 부식되고 상태가 나빠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며 “2018년 보고서에서 지적됐던 작업 범위가 확장됐고 새로운 문제들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보수 비용은 1,620만 달러(약 183억 원)로 책정됐다. 3년 전 견적받은 900만 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당시 안전 점검을 맡은 전문가는 수영장 상판(deck) 아래 방수제와 그 밑에 위치한 콘크리트 슬래브 교체를 중점적으로 조언했는데, 이제는 육안으로 손상이 확인되는 지하 주차장뿐 아니라 지붕 상태도 상당히 나빠졌다는 것이다.
워드니키 위원장은 “주민위가 가진 예산은 70만7,000달러뿐이라 1,550만 달러가 더 필요하다”며 주민들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집 크기에 따라 각각 8만 달러에서 33만 달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주민들은 보수 작업 비용을 승인했고, 7월 1일까지 비용을 선불로 내거나 15년간 매월 나눠서 지급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예정이었다. 문제점을 발견했던 2018년에 곧바로, 아니면 늦어도 올해 4월쯤 보수 공사에 착수했다면, 이번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민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쟁 입찰 준비로 시간이 걸려 보수 공사가 늦어졌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속 드러나는 부실 대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사법 당국도 움직일 조짐이다. 다니엘라 레빈 카바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붕괴 건물에 대한 대배심 조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카바 시장은 “대배심 구성을 위해 캐서린 페르난데스 런들 플로리아주 지방검사장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법 체계상 대배심은 형사 사건의 기소와 불기소 결정 권한을 갖고 있으며 직권으로 범죄 혐의를 조사해 형사 고발도 할 수 있다. 1992년 허리케인 앤드루가 플로리다주를 강타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때에도 공공 안전 문제 조사를 위해 대배심이 소집된 적이 있다. 일간 마이애미헤럴드는 대배심이 8월부터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도 들고 일어났다. 콘도 9층 거주자인 레이사 로드리게스는 콘도 관리회사가 안전 관리 부주의로 치명적 붕괴를 초래했다며 전날 집단소송을 냈다. 앞서 또 다른 주민 매뉴얼 드레저도 수백만 달러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집단소송은 공통의 원인으로 다수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구제받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으로, 다른 피해 당사자들을 모을 수 있으며 원고가 늘어나 통상 거액 배상을 놓고 다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