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료 책정을 놓고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연출됐다. 어떻게든 손해율을 줄여야 하는 보험사 입장과 '국민보험' 격인 실손보험을 더 저렴하게 내놔야 하는 정부 입장이 맞부딪히면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료는 '3세대' 신(新)실손보험 대비 10% 낮게 책정됐다. 실제 40세 남성 기준 10개 손보사 평균 4세대 실손보험료는 1만1,982원인데, 이는 이미 기존에 비해 10%가량 할인된 3세대 실손보험료(1만 3,326원)와 비교해도 10.1%나 저렴하다. 4세대 보험료는 1세대 대비로는 70.6%, 2세대 대비로는 50.6% 더 저렴하다.
3세대 신실손보험료는 일부 경영난을 겪는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지난해부터 8∼9%대 할인이 적용돼 판매됐다. 당초 할인은 '일회성' 조치로 시행됐으나 올해 신실손보험료가 동결되면서 할인 조치가 사실상 연장된 셈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는 4세대 상품에 대해서는 할인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3세대 실손보험에 적용하고 있던 9.8~9.9% 수준의 할인율을 4세대 실손보험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예전부터 4세대 실손은 3세대보다 10% 인하된 보험료를 받는 게 맞다는 합의가 이뤄진 상태였다"며 "보험사에서는 당국과 논의된 내용에 맞춰 상품을 팔면 된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보험사들의 속내는 그리 편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상황에서 새 상품에도 높은 할인율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손해율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생·손보사의 실손보험 적자는 2조7,000억 원에 달했다. 실손보험료 수입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훨씬 많아 위험손해율은 100%를 넘긴 지도 오래다.
업계에서는 내년도 보험료율 조정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1세대 실손이 15~19%, 2세대가 10~12% 보험료를 올리는 상황에서도 3세대 보험료는 동결됐던 만큼, 내년에는 '보험료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 요청에 보험사들이 거부하기는 어렵다"며 "4세대 실손 가입이 시작되더라도 당장 손해율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보험료를 인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