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뚫렸나...김정은 "방역 태만으로 중대사건 발생" 질타

입력
2021.06.30 08:12
김정은 "책임간부 방역 태만, 국가 안전 위기"
다만 '중대사건'이 무엇인지 구체적 언급 없어 
WHO 보고서엔 "北 3만여명 검사.. 확진자 '0명'"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부문에서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하고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국경을 걸어잠그며 국가적 봉쇄조치에 나섰던 북한은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김정은 "책임간부들의 방역 태만으로 국가 안전 위기"

조선중앙통신은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를 엄중히 취급하고 전당적으로 간부 혁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29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확대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이날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책임 간부들이 세계적 보건 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방역전의 (…)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업)함으로써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을 발생시(켰다)"고 비판했다.

다만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 '중대사건'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 자료를 상세 보고하면서 중대사건 발생의 책임을 간부들에게 돌렸다.

김 총비서는 "중대과업 관철에 제동을 걸고 방해를 놓는 중요 인자는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성"이라며 "현 시기 간부들의 고질적인 무책임성과 무능력이야말로 당정책 집행에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고 혁명사업 발전에 저해를 주는 주된 제동기"라고 꼬집었다.

특히 "인덕정치와 포용정책은 결코 간부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근로 인민대중에게 해당하는 정책"이라며 "일하는 흉내만 낼 뿐 진심으로 나라와 인민을 걱정하지 않고 자리 지킴이나 하는 간부들을 감싸줄 권리가 절대로 없다"고 강조하는 등 간부들에 대한 강한 통제와 처벌 원칙을 밝혔다.

그는 "간부들 속에 나타나는 사상적 결점과 온갖 부정적 요소와의 투쟁을 전당적으로 더 드세게 벌일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경제 문제를 풀기 전에 간부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라고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소환·선거했으며 국가기관 간부들을 조동(이동) 및 임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인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해임 인사가 누군지 주목된다.

김 총비서는 전원회의 직후에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 목적이 비상 방역에서 중대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임을 직접 설명하면서 "간부 대열의 현 실태에 경종을 울리며 전당적인 집중투쟁, 연속투쟁의 서막을 열자는 데 이번 회의의 진목적이 있다"고 했다.

WHO에 "北 총 3만여명 검사...확진자 0명" 보고

앞서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해왔는데, 확진자 수는 여전히 '0명'이라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남·동아시아 사무소의 25일자 '코로나19 주간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보건성은 이달 17일까지 총 3만1,083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이달 10일 기준 누적 검사자 수 3만348명보다 735명 많은 것이다.

북한 당국은 10일 간격으로 2회에 걸쳐 주민 대상 코로나19 진단검사(RT-PCR)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6월 17일까지 총 6만1,892개 검체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했으나 모두 '음성'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도쿄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히며 방역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여왔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