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정신건강 악영향"… 英교육부, 교내 휴대폰 사용 전면금지 나선다

입력
2021.06.29 20:00
교육장관 "학교 휴대폰 프리 구역으로"
"이용자 음지로 내몰 것" 실효성 의문도

영국 정부가 모든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교내에서의 휴대폰 이용 행위가 학습을 저해하는 데다,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때문이다. 휴대폰 사용 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각국 교육 당국도 해당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3년 전 프랑스에 이어 영국도 규제 칼날을 빼든 셈이다. 다만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아 실제 도입까지는 거센 찬반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교육부는 29일(현지시간) 학교 내 휴대폰 사용 금지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6주간 교사와 교직원의 의견을 듣고, 연내 개정할 ‘학교 품행 및 규율 지침’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휴대폰을 지닌 청소년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 따른 조치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컴에 따르면, 지난해 10세의 50%, 12~15세의 80%가 개인 휴대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교육 현장에 휴대폰을 가져오면서 부정적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고 본 셈이다.

개빈 윌리엄슨 교육부 장관은 “휴대폰은 주의를 산만하게 할 뿐 아니라, 오남용할 경우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를 ‘휴대폰 프리(자유)’ 구역으로 만들고 싶다”며 “어느 부모도 나쁜 행동이 만연한 학교로 자녀를 보내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견 수렴에 앞서 정부 차원에선 이미 ‘교내 사용 금지’ 방침을 세워 뒀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근거는 2015년 런던경제대학원 연구결과 등이다. 버밍엄과 런던, 레스터, 맨체스터 등 4개 도시에서 학내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자, 학생들의 시험 점수가 6.4%가량 올랐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보고서는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건 일주일에 한 시간 추가(교육을) 하는 효과가 있다”고 적시했다.

교육 현장에서의 휴대폰 사용을 막는 조치가 학생들의 발달과 학습에 실제 도움을 주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패트릭 로치 여성교원노조(NASUWT) 사무총장은 앞서 “학생들이 학습에 집중하도록 장려하고 괴롭힘 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 주장에 힘을 보탰다.

반면 ‘실효성 없는 조치’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학부모들이 학생들과 직접 연락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미 일선 학교에서도 자체적으로 사용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는 이유다. 모든 학교에 일률적으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이용자를 음지로 내모는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새라 해나핀 전국교장협의회(NAHT) 선임정책고문은 “전면 금지는 학교가 해결하는 것보다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단체는 교육부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학습 저하 등 교육 정책 실패를 애꿎은 휴대폰 사용 탓으로 돌린다고 보기도 한다. 제프 바튼 영국 중등학교장연합(ASCL) 사무총장은 “윌리엄슨 장관이 교내 휴대폰 사용에 ‘집착’하고 있다”며 “교육 현장에선 정부가 차라리 감염병 이후 교육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학교 내 휴대폰 사용 전면 금지는 각국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 일과시간 동안 학생의 휴대폰 소지 및 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행위는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프랑스는 2018년 9월부터 15세 미만 학생에 대해선 쉬는 시간조차 학교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른 조치다. 남미 볼리비아도 같은 해 교내 휴대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 정부 역시 올해 2월 학생들의 개인 휴대폰 교내 반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고교생 휴대폰 관리 강화에 관한 고시’를 발표했다. 휴대폰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회 문제가 잇따르고 있고, 디지털 디바이드(격차)를 가속화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현실 등이 해당 조치의 배경이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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