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의 골프장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경북 울진군이 710억 원을 들여 마린CC을 지어 놓고도 개장을 제때 못할 처지다. 원전지원금으로 지은 이 골프장의 운영업체를 선정, 위·수탁 계약을 맺었지만, 최대 출자자가 사업을 포기하는 등 운영사 측의 연이은 계약 위반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28일 울진군 등에 따르면 마린CC 운영업체로 선정된 특수목적법인 A사는 32실의 골프텔과 클럽하우스를 지어 기부하기로 하고 이달 중 착공을 약속했지만 아직 설계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A사는 3개 회사가 마린CC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경북 포항의 한 방송국과 경주지역 골프장 업체, 인천지역 건설업체가 공동 투자해 설립했다. 하지만 지난 4월 26일 울진군과 위·수탁 계약 체결 뒤 내부 갈등으로 법인 내 최대 출자자인 건설업체가 빠졌다.
최대 출자자의 골프장 운영 포기로 A사는 자금난에 시달렸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느라 한 달 이상 시간을 허비했다. 또 A사는 당초 건설업체 명의로 냈던 투자확약서를 군에 다시 제출해야 했지만, 내지 못했고 위·수탁 계약 후 10일 이내 넣어야 하는 계약이행 보증증권도 기한을 한 달이나 넘겨 냈다.
A사의 수탁 자격도 논란이다. 최대 출자자 없는 A사는 '앙꼬 빠진 찐빵'이 되는 탓이다. A사는 대출을 받지 않고 건설업체의 자금으로 골프장에 18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 평가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울진군이 공개한 운영업체 선정 평가 결과에 따르면 13개 항목 가운데 재무구조(11점) 배점이 가장 높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A사가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수탁업체가 된 건 최대 출자자로 나선 인천지역 건설업체의 탄탄한 자금력 덕분”이라며 “평가에 결정적 역할을 한 업체가 빠졌다면, 울진군은 공모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A사는 울진군의 사전승인 없이 주주와 이사진을 교체했다. 군은 수탁업체가 대표자와 주주, 투자자 변경 시 반드시 사전승인이나 허가를 받도록 했고 위반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A사가 각종 계약 내용을 어기면서 올 가을 예정됐던 임시개장은 물 건너 간 상황. 내년 5월 정식 개장도 불투명하다. 울진군의회 한 의원은 “최대 투자자가 손을 떼는 등 잡음이 나고 있는데도 울진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혈세가 들어간 골프장의 부실 운영을 걱정하는 군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울진군은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A사의 최대출자자 자리에 구미지역 S금속이 투자 의향을 밝혔고, 관련 심의를 마친 상태”라며 “A사와 계약을 해지해야 할 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진 마린CC는 매화면 오산리 산 26 일대 121만9,740㎡ 부지에 18홀 규모로 조성되는 골프장으로,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시행을 맡고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아 지난 2017년 9월 착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