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법

입력
2021.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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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렇게 아픈 게 정상인 거죠?”

15살 다롱이가 세상을 떠났다. 한 달 정도 지난 뒤 보호자는 병원에 인사를 오셨다. 그때 다롱이 보호자는 이렇게 물었다.

다롱이가 떠난 후 슬퍼하는 보호자를 위로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한 달이나 지났는데도 슬픔에 빠져 있는 자신에게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기도 했다. 친척이 와서 다롱이가 쓰던 물건을 치우고, 걱정이 지나친 보호자의 지인 한 명은 병원에 찾아와 다른 강아지를 키우도록 권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주위의 위로(?)로 보호자는 더 우울감이 심해보였다.

펫로스(pet loss). 반려동물이 떠나게 되면서 느끼는 상심이다. 소중한 관계를 잃고 느끼는 상심은 당연하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의 고통일 수 있다. 즉, 펫로스는 특정인이 아닌 누구나 겪는 상심의 감정이고 반응이다.

상심에 빠지면 식음을 전폐하고, 불면이 심해지는 건 예사다. 숨을 거두기 전을 곱씹어보며 죄책감에 휩싸이는 경우도 많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감정에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한다. 반려동물의 장난감이나 옷을 옆에 놓고 자고, 쓰던 이불이나 물건의 냄새를 맡으며 흐느낀다. 살아 있을 때처럼 반려동물의 밥을 챙기고, 산책을 나가며 일과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떠나보낸 현실을 부정하거나 회피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모두 상심으로 나타나는 당연한 반응이다.

이런 당연한 감정을 사람이 아닌 동물을 잃었다는 이유로 애도나 슬픔의 기간이 짧아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빨리 마음을 추스르지 않으면 ‘유별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치료나 상담을 받도록 강요받기도 한다.

하지만 상심은 시간이 걸린다. 상심에 빠져 있는 기간은 모두 제각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 년 정도가 지나면 회복이 되는 편이지만, 어떤 경우는 수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슬퍼도 반려동물과 함께한 삶을 후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하면서 기쁨을 얻었고, 사랑을 배웠고, 상심이라는 고통도 알게 되었다. 그 감정을 소중히 간직하고 인정하며 후회하지 않는다면 상심은 분명 회복된다.

주위에서 해줄 것은 기다려주는 것이다. 추억을 함께 공유해주며 좋은 감정으로 소중히 간직할 수 있게 돕는 게 중요하다. 섣부른 위로가 오히려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반려동물이 가족이란 의미를 이해 못하는 경우는 펫로스를 겪는 감정을 ‘의미없고 유별난 것’으로 규정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상처가 되기 쉽다.

또, 펫로스로 인한 상심을 잘 극복하기 위해 한 가지는 꼭 기억하자.

투병은 죽음과 맞서 싸우는 게 아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죽음은 실패나 사고, 재앙이 아니다. 맞서 싸우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죽음이 불가피하단 걸 부정하는 사회에 산다. 의학의 발달로 인한 수명연장으로 일상에서 죽음이 한없이 지연될 거라는 환상을 가지기 쉽다.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삶의 결론이다.

죽음을 받아들이면 나와 나의 사랑하는 존재들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또 우리 자신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죽음을 겪는 것은 동물들이다. 반려인에게는 죽음으로 향하는 동물들의 곁을 지켜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아픈 동물들도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육체적인 고통을 치료하는 것은 수의사의 몫이지만, 병으로 지친 마음을 극복할 수 있게 응원하는 것은 가족들의 몫이다. 좋은 죽음을 맞이하도록, 좋은 이별을 할 수 있는 시간에 집중하자. 이 글이 이별의 슬픔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