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트라우마 회복지표 개발한다

입력
2021.06.29 11:08
유엔 글로벌 지수 등재 목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사건에 따른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을 수치화해 국제표준지표로 개발하는 연구가 추진된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4·3 트라우마 회복지표(Trauma Resilience Indicators·TRI)를 개발해 유엔 글로벌지수 등재를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트라우마 회복지표는 개인이나 사회가 받은 트라우마에 대한 외상 치료와 함께 트라우마의 본질적이고 내면적인 이해와 접근을 바탕으로 한 치유를 망라하는 척도이다. 해당 지표는 각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가해자 처벌, 배·보상의 과정과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트라우마의 회복과정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과 피해자의 의식에 얼마만큼의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수치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사업은 제주4·3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과거사 극복 유형을 비교 연구해 이를 공통 기준 척도로써 발전시키고, 그 결과를 인간개발지수, 국제행복지수 등과 같은 유엔 글로벌 지수에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도와 4·3평화재단은 다음달부터 연세대 인간평화와 치유연구센터 등 국내·외 우수 학술기관, 전문가와 협력해 등재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우선 트라우마 회복 지표의 개념을 설정하고 측정모형과 측정도구를 개발한 후 구체적인 사례들의 회복력 수준을 평가한다. 이어 최종 트라우마 회복력을 지수화해 유엔 글로벌 지수에 등재할 계획이다.

도와 4·3평화재단은 국내·외 트라우마 4개 유형·5개 대륙·10개 사례에 대한 비교·분석·평가를 통해 4·3의 치유와 회복과정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과거사 극복 모델임을 증명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와 4·3평화재단은 앞서 2018년부터 제주4·3의 국제적 공인 사업으로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송종식 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현재까지 국가폭력 및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된 사회적 트라우마 개념과 그로부터의 치유와 회복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라우마 회복과 관련한 국제표준지표는 아직 없었다”며 “이번 사업으로 과거사 극복 우수사례로 꼽히는 제주4·3 트라우마 치유·회복 과정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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