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여의도 건물에 대선 캠프를 마련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대선 캠프가 밀집한 국회 앞에 둥지를 튼 것은 당과 거리를 줄이고 중앙정치를 본격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지사 측은 물리적인 캠프 규모는 최소화하고, 메시지 전달과 내부 소통에서는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이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지사 측은 이날 국회의사당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극동VIP에 사무실을 임차 계약했다. 200㎡ 안팎의 비교적 소규모 공간을 사용할 계획인데,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30일 이후 이 지사 측의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극동VIP 빌딩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여의도 내 명당으로 꼽힌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도 이 건물에 있었고, 당내 경쟁 주자 중 한 명인 최문순 강원지사 캠프가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다. 이 지사와 함께 당내 '빅3' 후보로 꼽히는 이낙연 전 대표는 인근 대산빌딩,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용산빌딩에 캠프를 차렸다. 이 지사는 경쟁 주자들이 입주한 건물을 가능한 피하되, 여의도 내 길지(吉地)로 꼽히는 건물 중 하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예비등록 후 다음달 1일 영상을 통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대권 행보를 본격화한다. 캠프 구성도 내달 공식 발표되지만, 비서실장에 내정된 3선 박홍근 의원, 수석대변인 재선 박찬대 의원, 수행실장 초선 김남국 의원 등 필수직은 30일부터 먼저 활동을 시작한다. 박홍근 의원은 박원순계 좌장으로 꼽히고, 박찬대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인사로 분류된다. 캠프의 총괄 역할은 이해찬계 5선 조정식 의원이, 상황실장은 이재명계 재선 김영진 의원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와 가까운 의원은 "캠프 내 감투를 위한 자리는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라며 "캠프 직함 배분은 가능한 한 최소 규모로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지금과 같이 메시지는 페이스북, 참모들과의 소통은 텔레그램 등 모바일 메신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그는 팀 단위로 활용하는 대화방에 직접 참여해 함께 논의하고 보고를 받겠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한 측근 의원은 "수직적인 보고라인을 두면 이 지사에게 직접 보고하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없다"고 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이 지사를 상징하는 말이 '실용'이 아니냐"며 "대선 준비도 실용적으로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대선 출마 선언을 상징적인 장소를 찾아 화려하게 진행하기 보다 영상으로 대신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