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 면허를 가진 개인만 안경업소를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률 조항이 가까스로 '합헌' 판단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 제12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에서 재판관 5(헌법불합치)대 4(합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이 더 많았지만,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 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으로 결론 났다.
해당 조항은 안경사가 아니면 안경을 조제하거나 안경·콘택트렌즈 판매업소를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 법을 근거로 법인의 안경업소 개설 등록을 금지해왔다.
실제 안경테 프랜차이즈 사업체 대표 A씨는 고용한 안경사의 명의로 안경업소 9곳을 운영하다 재판에 넘겨졌다. 영업은 회사가 책임지고 수익·비용을 절반씩 분배하는 방식이었는데, 검찰은 A씨가 사실상 법인을 통해 안경원을 개설했기 때문에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1심 재판부 역시 A씨와 법인에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 헌법재판소를 찾았다. "(의료기사법이) 직업 선택 및 직업 수행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헌재는 이번 사건을 놓고 공개 변론까지 열면서 법인 형태의 안경업소 개설을 금지한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따졌다.
치열한 심리 끝에 이선애 재판관 등 4명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국민의 눈 건강과 관련된 국민보건의 중요성 및 안경사 업무의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안경업소 개설 자체를 그 업무를 담당할 안경사로 한정하는 것이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A씨처럼 안경사 자격이 없는 사람의 법인 안경업소 등록에 대해선 "(이를) 허용하면 영리 추구 극대화를 위해 무면허자에게 안경 제작 등을 하게 하는 등 일탈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안경 제작·판매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유남석 헌재소장 등 5명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안경사가 아닌 사람의 안경 조제나 안경 판매 등을 금지하는 조항이 합헌이라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안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 안경업소까지 허용하지 않는 것은 직업 자유에 대한 필요 이상의 제한"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에 관한 부분'에 한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