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자동차의 임금 및 단체협약이 가시밭길로 들어설 조짐이다. 2개로 나뉜 노조의 청구서에서부터 적지 않은 온도 차이를 보이는 데다, 사측 또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우선 기존 노조에선 ‘정년 연장’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지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중심의 사무·연구직 노조에선 ‘성과급 정상화’를 외치고 나섰다. 반면 사측은 ‘반도체 수급 대란’ 등을 이유로 모두 들어줄 수 없다는 자세다. 특히 기존 노조는 회사 측에 일괄 제시안 요구와 함께 파업 카드까지 꺼내들고 나섰다. 이에 따라 정의선 체제로 새롭게 출범한 현대차그룹에선 3년 만에 임단협 결렬로 인한 파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게 됐다.
현대차 노사는 29일 울산공장에서 만나 2021년 임단협 제12차 교섭을 진행했다. 업무상 중대재해자 대체 입사와 경조 휴가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접점 찾기엔 실패했다. 교섭에 앞서 사측에 일괄 제시안을 요구한 기존 노조에 대해 사측에선 노사 간 좁혀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기존 노조와 사측의 가장 큰 충돌 지점은 ‘국민연금 연계 정년 연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이 개시되기 전인 만 64세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이런 요구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고용 경직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신규 채용이 어려워지고 생산직의 정년 연장에 대한 여론도 나쁘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한 조합원들의 희생으로 회사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는데, 성장한 만큼 분배 정의를 실천하지 않으려 한다”며 “특히 미래 고용 보장, 정년 연장은 이제 마무리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정년퇴직에 따른 생산직 인력 감소세가 올해부터 본격화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노조가 더 공격적으로 정년 연장 요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생산직은 올해부터 매년 약 2,000명씩, 5년간 1만 명이 정년퇴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무·연구직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정년 연장보다는 성과에 대한 합당한 보상에 방점을 찍고 있다. 2012년 ‘성과금 500%+일시금 950만 원’이 지급된 이후 매년 줄어드는 현대차 성과급에 대한 불만에서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상황을 반영, 임금 동결과 함께 성과금 150%+일시금 120만 원만 지급됐다. 이로 인해 사무·연구직 노조 구성원들은 다른 요구안을 양보하고, 기본급 인상과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관철시키자는 분위기다.
한 사무·연구직 노조원은 “정년 연장이나 호봉표 호간 금액 인상 등은 장기 근속자에게만 유리할 뿐, 매니저(기존 사원·대리)급 직원들에게는 체감되지 않는 사안”이라며 “입사 이후 매년 줄고 있는 성과급 때문에 실질 임금마저 줄고 있어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답답하긴 사측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엔 현실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은 데다, 올해 임단협 교섭권은 없지만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MZ세대 중심의 사무·연구직 노조의 목소리도 무시하긴 어려운 형편이어서다.
이와 관련, 기존 노조 측은 30일 열릴 13차 교섭에서 사측 일괄 제시안이 나오지 않으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과 쟁의 발생 결의 대의원대회,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 등을 진행하면서 파업 절차에 돌입할 태세다.
업계 관계자는 “사측이 하루 만에 일괄 제시안을 준비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노조가 사실상 파업 준비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의미로, 결국 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은 물 건너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