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펜싱 에페의 에이스 최인정(31)이 여자 에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인정은 최근 진행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여자 에페팀 개인 성적도 좋았던 데다 카잔 월드컵을 통해 팀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라며 “저뿐만 아니라 (강)영미 언니와 (송)세라, (이)혜인이까지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이번엔 최고 성적까지 노려보고 싶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최인정은 2016년 리우에서는 노메달의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리고 개인 세 번째 도전인 도쿄올림픽에서는 반드시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 최고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무엇보다 선수 구성이 좋다”는게 최인정의 설명이다. 세계 랭킹 2위 최인정을 비롯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강영미(36ㆍ8위), 그리고 신예 송세라, 이혜인 등 4명이 나란히 출격한다. 송세라와 이혜인도 세계랭킹 10위권을 꾸준히 유지 중이다. 지난 3월 펜싱월드컵 카잔 대회(에페)에서 최인정과 강영미가 개인전 1, 3위를, 송세라가 7위를 차지했고 단체전에서도 은메달을 따는 등 올림픽을 앞두고 상승세다.
여기에 팀워크도 단단해졌다. 최인정은 “경험 많은 영미 언니가 앞에서 잘 끌어주고 세라, 혜인이도 최근 개인전 메달을 딸 정도로 기량이 일취월장했다”면서 “기술적으로도 좋아졌지만 단체전 조합도 좋다”라고 말했다. 맏언니 강영미는 듬직한 체격을 바탕으로 힘의 펜싱을 구사한다. 전술적으로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젊은 송세라와 이혜인은 큰 대회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과감한 공격이 일품이다.
그렇다면 최인정의 장점은 뭘까? 최인정은 “강한 멘탈?”이라며 웃었다. 그는 “타고난 성격 탓인지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즉시 털어버린다”면서 “경기 중엔 분명 한두 번 위기는 온다. 그럴 때 팀 분위기가 처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위기에서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도쿄올림픽이 연기됐을 때도 최인정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평온했다고 한다. 오히려 주변에서 ‘한창 기세가 좋았을 때 올림픽이 열렸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최인정은 ‘’연기냐 취소냐 혹은 강행이냐’를 놓고 줄다리기 했을 때 조금 힘들었지만 ‘최종 연기’로 결정됐을 땐 오히려 담담한 심정이었다”면서 “주위 분들이 더 아쉬워했다. 하지만 전 ‘1년 더 준비하면 되지 뭐’라는 생각에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기간에 올림픽 준비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펜싱은 국제대회 도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오는 등 홍역을 치렀다. 최인정은 “체육시설 이용금지, 각종 자가 격리, 1일 1회 방역 등으로 인해 6~7개월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감각을 잊지 않으려 홈 트레이닝을 하며 검을 휘두른 적이 있는데, 침대 매트리스와 쿠션이 찢어진 적도 있다”라며 웃었다.
펜싱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첫 메달(김영호 금, 이상기 동)을 획득한 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1)부터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급부상했다. 런던올림픽에서는 금2 은1 동3개를 획득했고, 리우에서도 금1 동1개를 수확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남녀 모두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자 에페에서는 아직 금메달이 없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고 개인전 메달리스트는 아직 없다.
최근 여자 에페 판도는 혼전 양상이다. 유럽이 강세인 플뢰레나 사브르와는 확실히 다르다. 개인 랭킹만 살펴봐도 유럽은 물론, 한국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선수들도 상위권에 대거 포진해 있다. 그래서 가장 큰 복병으로 ‘부상 변수’가 꼽힌다. 최인정은 “개인적으론 세 번째 올림픽이다. 정신적으로는 이미 단단하게 무장돼 있다. 경험도 적지 않고 기술적으로도 견고하다”면서 “다만 경기 때까지 부상은 절대 없어야 한다. 컨디션 조절도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우올림픽 이후 정말 많은 땀과 노력을 검 한 자루에 쏟아부었다”면서 “노력한 만큼 결과를 가져오겠다”라고 다짐했다.
펜싱은 7월 24일부터 8월 1일 남자플뢰레 단체전까지 9일간 경기를 치른다. 첫날엔 에페(여)ㆍ사브르(남) 개인전 금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