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대표 주자,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는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출범한 또 다른 일본 태생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 어큐라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성공을 이뤄냈다.
특히 달리는 도서관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정숙하고 도도한 매력을 과시했을 뿐 아니라 일본산 ‘공산품’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내구성 및 신뢰도는 북미 시장의 소비자들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이 매력은 국내 시장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요시다 쇼인의 탐욕을 다시 한 번 토로하는 듯한 자민당 정권의 이상행보로 인해 정치 영역에서의 한일관계가 냉랭한 상황이지만 렉서스 존재감은 제법 단단하며 브랜드의 행보 역시 꾸준하다. 행정부와 사법부, 입법부가 상호 견제, 보완해야 하듯 정치와 경제는 구분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토요타 코리아는 긴장된 한일관계, 그리고 코로나 19의 위기 속에서도 국내 시장에서의 브랜드 행보 및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며 ‘기업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라진 GS, 그리고 역동성을 더한 렉서스
개인적인 취향을 고백하자면 렉서스의 차량 중 가장 매력을 느꼈던 존재는 바로 ‘GS’다.
이제는 사라진 존재지만 GS는 렉서스에서 가장 대담하면서도 강인한 차량이었다. 특히 수프라의 2JZ를 품었던 2세대나 유려한 실루엣과 대배기량 엔진의 매력을 제시했던 3세대 GS, 그리고 전동화 및 스포티한 감성을 절묘하게 조합한 4세대 GS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렉서스는 브랜드의 기조, 그러니까 정숙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역동적인 GS는 다소 거리가 멀고, 또 시장에서의 입지도 그리 견고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GS를 브랜드 내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렉서스의 새로운 디자인 기조인 스핀들 그릴이 더욱 강조되기 시작한 무렵부터 렉서스의 차량들은 이전의 부드러움과 상냥함 대신 한층 선 굵고 대담한 드라이빙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IS가 그랬고, ES가 그랬으며 LS마저도 한층 대담하고 강렬한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도서관처럼 정숙했던 렉서스는 어느새 엔진 사운드와 배기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들려주기 시작했고 F-스포츠와 F 모델들은 어느새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중심을 잡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이러한 변화를 통해 디자인과 차량의 성격을 일체시키고 보다 젊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자 했던 선택이라 생각되었다.
다시 돌아온 렉서스의 감각
2021년, 최신의 렉서스 차량들은 정말 다채롭고 다양한 구성으로 이목을 끈다. 이제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중심이 되었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델들이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양하게 구성하는 모습이다.
특히 3세대 IS와 컴팩트 SUV UX는 너무나 스포티한 감성으로 무장했고 그랜드 쿠페 및 컨버터블 모델인 LC 역시 소비자들에게 ‘렉서스의 감각’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많은 차량들이 렉서스 특유의 부드러움과 상냥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분명 이전보다는 한층 탄탄하고 대담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렉서스의 플래그십 세단 ‘LS’가 다시 중심을 잡는 모습이다. 올해 초 새로운 디테일, 한층 개선된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인 렉서스 LS는 렉서스가 선보일 수 있는 최고의 환대, 즉 ‘오모테나시’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스핀들 그릴과 L-피네스가 돋보이는 외형은 여전히 강렬하지만 주행은 다시 한 번 상냥하고 부드럽게 다듬어진 것이다.
더욱 화려하게 피어난 LS
시승을 위해 준비된 뉴 LS 500h 플래티넘(이하 LS 500h) 사양은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은 체격, 그리고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실제5,235mm에 이르는 긴 전장은 물론이고 각각 1,900mm와 1,460mm의 전폭과 전고를 갖췄다. 덧붙여 3,125mm의 휠베이스는 실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참고로 하이브리드 시스템, AWD 시스템이 더해져 공차중량은 2,375kg으로 제법 무거운 편이다.
플래그십 모델은 단순히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시하는 것 외에도 브랜드의 감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뉴 LS는 렉서스가 제시하는 최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와 감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스포티한 감성을 더한 헤드라이트 유닛과 L 형태의 DRL 유닛이 더해져 더욱 화려한 모습이며 동시에 플래그십 세단의 ‘격’에 맞는 섬세한 연출, 화려한 디테일 등이 더해진 각종 시각적 연출이 곳곳에 적용되어 그 매력을 더욱 높이는 모습이다.
날렵하고 유려한 측면에 이어 렉서스 브랜드 고유의 질감이 돋보이는 입체적인 L 형태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입체적인 조형미가 돋보이는 후면 역시 이러한 흐름을 고스란히 이어가는 모습이다.
독보적 공간의 가치
최근 렉서스는 그 어떤 시기의 렉서스보다 ‘장인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는 실내 공간에 그대로 반영되어 ‘탑승자에 대한 환대’에 공을 들였다.
실제 곡선과 드레이프 타입의 디자인 디테일을 더해 은은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과시하는 대시보드는 여전히 이채롭고, 이러한 대시보드 위에 깔끔하게 자리한 에어밴트와 일체된 독특한 메탈 라인을 통해 유니크한 감성, 그리고 공간의 여유를 한껏 강조한 것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다.
단순히 여러 디자인과 구조, 연출 등은 물론이고 쉽사리 선택할 수 없을 붉은색과 푸른색의 대비 또한 마련하며 ‘공간 가치’를 더욱 높이는 모습이다. 특히 공간 가득 채운 붉은 가죽과 여러 스티치 등은 이채로울 지경이다.
여기에 다양한 기능을 더하고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게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선사하는 마크 레빈슨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져 모든 공간에서 최고의 음향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넉넉한 체격을 갖춘 만큼 실내 공간의 여유도 충분하다.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도어 패널을 파내면서 1열 공간의 여유를 충분히 활용했고, 낮은 전고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LC를 떠올리게 하는 도어 트림을 시작해 고급스러움과 안락함을 모두 담아낸 고급스러운 시트의 디테일은 ‘장인 정신’을 한 번 더 느끼게 한다.
이어지는 2열 공간 역시 만족스럽다. 체격을 바탕으로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을 제공하며,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은 고급스러운 연출 및 시트 등을 통해 탑승자에게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또 2열 탑승자를 위한 전용의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암레스트를 통해 공조 컨트롤 및 다양한 기능을 마련해 그 가치를 높였다.
하이브리드 차량임에도 적재 공간도 준수하다. 실제 트렁크 게이트를 들어 올리면 깔끔하게 다듬어진 공간이 마련된다. 기본적인 공간도 넉넉하고 공간 자체가 워낙 깔끔한 편이라 공간의 활용성이 높은 모습이다. 이외에도 짐을 고정할 수 있는 고정 고리도 적용되어 있어 사용성 부분에서도 더욱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높아진 플래그십 세단의 위상과 조금의 아쉬움
으레 플래그십 세단이라 한다면 성능과 승차감, 그리고 소비에 대한 ‘만족감’을 모두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LS 500h는 제 몫을 다한다. 먼저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을 때 고급스럽고 안락한, 그리고 독창적인 모습에 감탄을 하게 된다. 여기에 시선을 끄는 화려한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의 계기판이나, 섬세하게 연출되어 있는 각종 요소들이 제시하는 만족감은 상당히 뛰어나다.
이는 1열 공간에 그치지 않고 2열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쾌적한 공간, 섬세한 조율, 그리고 기능의 가치까지 군더더기 없는 모습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전동화 모델인 만큼 기본적으로 우수한 정숙성을 느낄 수 있고, 평소에는 마치 전기차처럼 주행이 가능한 여지도 있어 ‘달리는 도서관’의 가치를 새삼스레 느낄 수 있다.
실제 2열 시트에 앉아 있으면 도로 대부분의 상황이 무척이나 다듬어지고, 또 부드럽게 느껴지는 걸 알게 된다. 대부분의 노면 변화, 요철, 과속 방지턱으로는 탑승자를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2열 시트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어 이동 시 보다 쾌적한 자세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외에도 간단한 조작을 통해 선 블라이드를 가려 개인의 프라이버티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플래그십 세단’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모습이다.
여기에 성능의 부분에서도 제 몫을 다한다. 실제 V6 3.5L 가솔린 엔진과 강력한 전기 모터, 그리고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및 AWD이 제시하는 성능과 움직임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게다가 전동화 모델인 만큼 지속가능한 미래를 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의 가치를 선사하기도 한다.
실제 LS 500h는 시스템 합산 359마력을 낼 수 있어 어지간한 플래그십 세단들과 동일한, 혹은 우위를 점하는 가속 성능을 느낄 수 있고 추월 가속이나 고속 주행 등에서도 ‘성능의 아쉬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한때 드라이빙에 대한 질감이나 성능에 대한 과시가 상당히 돋보였던 렉서스의 차량이 아니라 다시 부드럽고 상냥한 렉서스가 되었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실제 대부분의 주행 상황에서 날카로운, 예리한 칼날 보다는 부드럽고 고요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물론 그렇다고 스핀들 그릴에 서린 날카로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실제 LS 500h는 하이브리드, 플래그십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및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마련되어 있어 해당 모드로 주행할 때에는 성능의 존재감, 제법 강렬한 사운드의 질감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감각을 연출하고, 상반된 매력을 더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드러나는 V6 엔진의 존재감이나 반응은 플래그십 세단에게는 다소 가볍게 느껴져 조금 더 진중하게 연출되었으면 했다.
크고 무거운 차량이지만 차량을 다룸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없다. 덕분에 2열에 탑승한 VIP의 휴식 시간이나 VIP 스스로가 스티어링 휠을 잡을 때를 가리지 않고 능숙하고, 편하게 달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직접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을 때에는 2열에서 느끼지 못했던 ‘생각보다 뛰어난 민첩성’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최근 토요타와 렉서스 차량에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TNGA 플랫폼의 반영의 산물이다. TNGA 플랫폼 특유의 낮은 무게 중심과 한층 탄탄해진 차량의 주행 질감을 바탕으로 달라진 최신의 감성을 보다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빠른 주행 속도, 템포로 LS 500h와 주행을 해보면 그 질감이 명확히 드러난다. 실제 일상적인 상황에서 그저 부드럽고, 또 조심스레 간지럽히던 차량의 주행 질감이 제법 대담하고 강렬히 피어나는 모습이다.
덧붙여 효율성 역시 이목을 끈다. 자유로를 달리며 그 효율성을 확인했는데 약 34분 동안 총 50.2km(평균속도 88km/h)의 LS 500h는 무려 리터 당 15.0km의 평균 연비를 과시했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플래그십 세단’의 효율성에 대한 ‘전동화의 힘’을 과시하는 렉서스의 당당함처럼 느껴졌다.
물론 모든 부분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실제 주행을 하다 보면 때때로 고주파음이 들리는 경우가 있다. 일부는 팬 소음, 또 일부는 회생 제동 과정에서 발생되는 소음이다. 조금 둔감한 사람은 딱히 느낄 수 없는 부분이나 민감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에 사전에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
다시 돌아온 렉서스의 환대…LS 500h
21세기에 접어든 렉서스는 본연의 자세에 새로운 매력을 더하기 위해 많은 시간 노력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렉서스 본연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언급하고 집중하는 시대가 돌아온 것 같다. 렉서스 LS 500h는 이러한 기조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변화의 시간’ 동안 새롭게 얻은 경험을 보다 능숙하게 더하며 그 가치를 높이는 모습이다.
렉서스 LS 500h는 그렇게 더욱 풍부한 매력으로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촬영협조: 렉서스, HDC 아이파크몰 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