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로 숨진 공군 이모 중사 유족이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딸의 군번 줄을 목에 걸고 회견을 한 부친은 문재인 대통령의 ‘엄정 수사 지시’를 언급하며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고 신뢰하면서 국방부 수사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절박한 한계를 느낀다”면서 “국방부는 수사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오죽하면 유족이 국회라도 나서 달라고 호소하게 됐는지 군은 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지금까지 군 수사를 보면 국방부 차원의 조사가 부적절하다는 유족의 주장은 무리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31일 유족이 나서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청원하면서 시작됐다. 국방부는 다음 날 엄정 수사를 약속하며 합동수사단을 꾸렸지만 수사는 처음부터 군의 폐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방부는 유족이 고발하고 언론이 의혹을 제기해야 찔끔 압수수색을 하고는 꼬리 자르기, 제 식구 감싸기로 결론을 지었다. 사건이 발생한 공군 20전투비행단의 초동수사 부실의혹만 해도 문제가 없다고 버티다 비난이 커지자 수사관 1명을 입건했다. 수사심의위가 군사경찰대대장의 추가 입건을 권고하자 다시 이를 수용했다. 이 중사가 3월 사건 발생 다음 날 직속 상관과 면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긴 사실도 뒤늦게 공개됐다. 유족들이 이런 문제로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국방부는 부랴부랴 관련자 4명을 보직 해임했다.
이런 국방부에 수사를 맡겨선 안 된다는 목소리는 유족뿐이 아니다. 범야권은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와 특검법안을 제출한 상태이고, 군인권센터도 국방부의 사건 은폐·축소 우려를 이유로 이를 지지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 현안보고에서 ‘왜 이렇게 사건이 꼬였다고 생각하느냐’라는 한 의원 질의에 “군사경찰 및 검찰의 무성의, 무능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그런 문제에 대한 수사마저 지지부진하면 군에 대한 불신은 당연하고, 그 책임 또한 군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