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가 점쳐지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거취에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혀 정계 진출을 위한 사퇴임을 시사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 원장마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사정기관 수장들이 정치에 뛰어드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공직자로서 원칙과 윤리를 바닥에 팽개치는 일이다.
감사원장이 임기를 박차고 정치로 직행하는 것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당장 최 원장이 실시하고 사법부 판단을 앞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부터 정당한 감사였느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감사원장 자리를 이용해 자기 정치를 하느냐는 여당 측 비판을 이제는 반박하기 어렵게 됐다. 최 원장은 감사 중이던 2019년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발언해 이미 개인의 정치 성향이 감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를 자아냈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꼴이니 감사원의 모든 감사에 국민과 공무원들의 불신이 싹틀 소지가 있다.
최 원장은 정부의 문제를 감싸지 않고 맞선 소신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을 모양이다.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추진과 감사 저항이 최 원장에게 명분이 된다고 볼지 모른다. 정부의 문제가 아무리 많았다 해도 그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 감사원장의 임무다. 이 자리에 오른 순간 정부를 감시할 권한과 정치적 중립 의무를 받아들인 것이다.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헌법이 임기를 보장한다. 그런데도 감사원장 스스로 정치에 뛰어드는 행보는 기본적인 공직자 윤리조차 망각한 처사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잇따라 정권에 반기를 들고 정치로 직행하는 이 나쁜 선례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관행처럼 여겨질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