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도... 불법 스포츠 도박 여전히 기승

입력
2021.06.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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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법 스포츠 도박 20조2,000억원 규모

불법 스포츠 도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28일 한국법제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총 매출 규모는 2020년 20조2,000억 원으로 2019년(20조5,000억 원)보다 1.46%포인트 정도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상당수 경기가 중단됐음에도 합법 투표권 사업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e스포츠 승자 예측 △불법 캐주얼 게임(사다리, 가상 레이싱 등) 등을 발매하고 모바일 플랫폼 활성화 등으로 매출을 유지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합법 투표권인 스포츠토토는 2019년 5조1,000억 원에서 2020년 4조9,000억 원으로 4.23%포인트나 감소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무관중 경기 △확진자 발생 시 경기 취소 및 연기 △선수 경기력 감소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객 구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51일간(3월 14일~5월 3일) 발매 중단된 것도 결정적이었다. 발매중단이 끝난 뒤에도 2020년 3분기부터 2021년 1분기까지 평균 매출액을 살펴보면 실적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하지만 해외 스포츠 베팅이나 불법 스포츠 도박은 높은 환급률과 구매 편의성 및 다양한 게임 등으로 합법 투표권에 비해 높은 경쟁력으로 외히려 매출 규모를 키워갈 수 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종목 제한 없이 다양한 곳에 베팅을 할 수 있는 데다 △작은 베팅(1경기)도 가능하며 △총량 규제 및 구매 제한도 없기 때문이다. 또 △모바일로 간단하게 베팅할 수 있고 △환급률도 ‘90% 이상’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불법 스포츠 도박이 이런 접근 편리성과 높은 환급률을 기반으로 향후 불법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외 스포츠 베팅의 경우 인터넷과 모바일 영업망 구축, 환급률 상향 조정(최저 75%) 등을 통해 매출이 계속 성장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더욱 커지는 불법 도박을 막기 위해선 합법 투표권 사업의 규제를 일부 허용해 경쟁력을 높여 불법 베팅을 양지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온라인 발매 비중이 회당 30~76%에 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바일 영업을 할 수 없다”면서 “투표권 시장 정체기를 극복하고 불법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현 투표권 사업의 제한 사항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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