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매우 어려운 시간이죠. (실종자) 가족들이 강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게 저희 임무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주(州) 12층 콘도(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나흘째 지키고 있는 조셉 다한 ‘핫잘라(Hatzalah)’ 남플로리다지부 대표는 2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이렇게 심경을 밝혔다. 24일 붕괴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와 생존자 구출 지원부터 시작했다는 다한 대표. 이스라엘에 기반을 둔 응급의료봉사단체 핫잘라 이름이 새겨진 모자와 형광조끼를 입고 나흘 동안 해왔던 일을 설명하던 그는 실종자 가족 이야기를 할 때면 얼굴이 굳어졌다.
다한 대표는 “(첫날) 소방구조대가 사람들을 구할 때 우리는 지원 역할을 맡았다”며 “처음 구출된 사람들이 대기하던 앰뷸런스에 타기 전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응급 의료서비스도 제공했다”라고 말했다. 핫잘라는 유대교 정통파 교인을 중심으로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핫잘라는 구출된 사람 이송이 끝난 뒤엔 곧바로 가족들이 모여 있을 센터와 지원센터 구축 업무를 맡았다. 다한 대표는 “모여든 실종자 가족의 건강 상태를 챙기고, 잃어버린 의약품 처방을 내리고, 심리적인 트라우마 치료도 진행했다”며 “심장병, 당뇨, 호흡기 질환 체크부터 실종자 가족들이 이동할 때 필요한 운전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도 우리가 맡았다”라고 소개했다. 10분 정도의 인터뷰 도중에도 계속 전화가 걸려왔고, 그는 바삐 현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곁에 서 있던 갈리미에이 랍비(유대교 율법 교사)는 “유대교 공동체는 기도하는 걸 지원하고, 기부를 받고, 음식 포장에 배달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국가 수색ㆍ구조요원 등 10여 명을 현장에 보냈다. 앞서 26일에는 나흐만 샤이 디아스포라(해외 거주 유대인) 담당 장관도 이곳을 방문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를 포함한 노스 비치 전체 인구 1만4,000명 중 유대인은 5,000명,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이번 사고로 실종된 151명 중 35명 안팎이 유대인으로 알려져 있다. 핫잘라와 유대교 공동체가 지원에 적극 나선 이유 중 하나다.
사고 현장에서는 수색ㆍ구조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전날까지 1대뿐이었던 대형 크레인이 이날 1대 더 추가돼 철골과 콘크리트 등 큰 잔해를 치우는 모습도 목격됐다. 현장에선 구조견과 드론도 동원됐다. 미 CNN방송은 “수색팀이 잔해 아래에서 더 잘 접근할 수 있는 땅굴을 추가로 뚫었다”고 전했다. 건물 잔해 아래에 공간이 남아 있을 경우 실종자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육군 공병대가 기술 지원 차원에서 사고 현장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2대의 전세버스를 타고 사고 현장을 처음 찾았다. 이들은 26일 당국 브리핑을 받는 자리에서 수색 속도를 높여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시신 4구가 추가로 발견된 데 이어 28일에도 시신 1구가 나와 숨진 사람은 총 10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는 151명으로 집계됐다. 시간이 흐르는데도 생존자 흔적조차 찾지 못하면서 현장 분위기는 침울해지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추모 발길도 사고 직후보다는 줄어든 모습이었다.
붕괴된 콘도는 3년 전 910만달러(약 100억원)가 소요되는 보수 공사가 필요하다는 견적서를 받았지만 공사를 시작하지는 않았다는 문서도 공개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 확인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미 언론들의 보도도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