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 경쟁, 과학기술 혁신으로 준비해야

입력
2021.06.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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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에릭 랜더 MIT 교수를 과학 고문으로 초빙하며 던진 5가지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중국과의 미래 기술 경쟁에서 미국의 리더십 보장 방안”이었다. 그만큼 미국은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중국 양회에서는 리커창 총리의 ‘십년마일검’이란 표현이 화제가 됐다. 십 년간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정신으로 핵심기술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등 민군겸용 특성이 강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을 놓고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서, 패권 경쟁의 패러다임도 기존 ‘군사’, ‘경제’에서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고, 기술이 갈등의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과학기술을 보는 시각도 경제·사회에 대한 공헌으로부터 더욱 확장되고, 전략기술의 범위도 우주, 원자력 등 전통적 범주에서 바이오와 양자기술 등 첨단기술까지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상원을 통과한 ‘혁신 및 경쟁법’에는 기술·산업·외교 등 전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약 2,400쪽에 걸쳐 망라되어 있다. 특히, 국립과학재단 내 기술혁신국과 국무부 내 기술협력국을 설치하여 우방국과 첨단분야의 기초(basic) 및 경쟁 전(pre-competitive) 연구개발을 협력하는 등 태동기 신기술의 주도권 선점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올해 초 양회에서 인공지능 등 7대 기술을 집중 육성하기로 결정했으며, 최근 시진핑 주석이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강조하는 등 독자기술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적극 동참했는데도 중국의 특별한 보복이 없었던 것은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가 중국 입장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는 ‘상대가 원하는 것’, 즉 ‘기술력’을 갖고 있는 한 우리도 ‘귀하신 몸’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실제로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기존 안보동맹이 인공지능·양자·바이오 등 첨단 분야까지 아우르는 기술동맹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가 가진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배터리 기술력에 힘입은 바 크다.

제2, 제3의 반도체 육성, 한미기술동맹 체제의 발전 등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정부는 전략적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기초·원천연구부터 상용화까지 전주기적 투자와 우수인재 확보, 국제협력 등을 전폭 지원하고, 산·학·연 등 혁신주체가 한몸처럼 협력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우리의 과학기술은 이미 일본의 수출규제 국면에서 발 빠르게 마련된 R&D전략을 통해 소·부·장 산업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도 과학기술을 토대로 또다시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혁신 리더 국가로서의 위치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할 것이다.



이경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