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은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긴 하천이다. 이 강은 우간다에서 시작하는 백나일과 에티오피아에서 발원하는 청나일의 두 갈래가 있고, 수단의 수도인 하르툼에서 만나 이집트를 거쳐 지중해로 흘러들어간다. 우간다에서 백나일이 출발하는 지점에 있는 도시가 진자(Jinja)인데, 수도 캄팔라에서 동쪽으로 차로 두 시간쯤(80㎞) 떨어진 곳이다.
나일강과 진자 이야기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영국의 탐험가 존 해닝턴 스피크다. 그는 나일강의 시작이 빅토리아 호수일 것이라는 가정 하에 1858년 탐사를 시작하여 1860년에 나일강의 수원을 입증하였다. 이러한 탐험활동 외에도 그는 그 지역의 왕조사를 최초로 저술했고, 당시 가장 강대했던 부간다 왕국이 북쪽에서 온 그다지 검지 않은 피부의 ‘함족’들이 세운 국가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영국의 탐험가 헨리 모턴 스탠리는 스피크보다 좀 더 상세하게 부간다 왕국의 35개 왕조 역사를 서술하고, 영국의 대표적 신문사 ‘데일리텔레그래프’에 편지를 보내 여기가 기독교를 전파할 수 있는 적절한 곳이라며 선교사 파견을 요청했다. 과거에 구술로만 전해지던 역사가 이제 문자를 통해 기록, 전파되면서 이 지역은 대외적으로 더욱 드러나게 된다. 특히 나일강의 어귀라는 지리적 이점이 이곳의 상업적 가치를 높였다. 마침 1885년에 제임스 해닝턴 주교가 부간다 왕국에 도착하여 순교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를 계기로 기독교 명분과 상업적 이득이 합쳐져 정부가 개입하도록 영국 여론이 형성되고, 1890년 대영제국동아프리카회사가 세워지면서 식민지배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진자의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빅토리아 호수와 나일강이 만나는 곳에 가보면 물방울이 뽀글뽀글하며 수면으로 올라오는 지점이 있고, 여기가 바로 나일강의 시작이다. 이것도 감격스러운데, 선상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강의 경치는 내내 장엄할 정도로 아름답다. 유람 도중 초가지붕의 가옥이 몰려 있는 토산품 마을에 들러서 길가 양쪽 알록달록한 가게들 사이 좁은 계단을 걸어 언덕에 오르면 호수와 강, 그리고 동그란 눈에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들과 이국적인 미를 물씬 풍기는 전통의상의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미는 정적이지만도 않다. 고무보트를 타고 협곡에서 급류를 타고 내려오는 스릴 만점의 래프팅을 할 수 있고, 수영튜브 위에 앉아 물 위에 떠다니는 튜빙을 즐길 수도 있다. 진자의 나일강은 물살이 빠르기 때문에 악어가 살지 않고 수상 스포츠에 안전하다고 한다. 이러한 동적인 활동들을 마다하더라도, 나일강변의 어느 오두막집에 앉아 신비롭고 평온한 경관을 바라보며 바비큐를 음미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진자의 나일강은 그 옛날 탐험가의 진취성과 래프팅 등의 모험심이 가슴에 용솟음치면서도, 그림 같은 풍경에 평화로움이 묻어나는 모순과도 같은 장소다. 진자의 나일강이 세상에 유명해짐과 동시에 외지인들의 침입으로 이곳 사람들이 겪었을 역사의 풍파와 시련에 마음이 아련해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