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 이준석, 한국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

입력
2021.06.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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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ro spera.’

이준석(33)의 팔뚝에 적혀있는 작은 문신이다.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는 의미의 라틴어다. 골프가 잘 풀리지 않자 2016년 태국 대회를 나갔다가 새겼다. 골프를 하는 동안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는 신념을 새긴 것이다.

호주교포 이준석이 2009년 한국무대 데뷔한 후 13년 여만에 생애 첫 승을 거뒀다. 그것도 내셔널타이틀인 한국오픈에서다.

이준석은 27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파71ㆍ7,326야드)에서 막을 내린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총상금 13억 원, 우승상금 4억 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로 이븐파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로 박은신(31)을 1타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준석은 2008년 코리안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Q스쿨)를 수석으로 합격하며 1부 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고 호주로 돌아갔다. 2012년부터 다시 코리안 투어로 돌아왔지만 지금껏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다가 이날에서야 아쉬움을 풀었다. 이준석은 이전까지 코리안투어에선 두 차례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천안에 살며 2019년부터 우정힐스CC 소속인 이준석은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지만 전반 라운드에 1타를 잃으며 선두 경쟁에서 뒤로 쳐지는 듯 했다. 그 사이 김주형(19)이 선두로 올라섰다. 12번홀(파4)과 13번홀(파3)에서 박은신과 이준석이 나란히 버디를 잡아내며 챔피언조 세 명이 나머지 다섯 홀을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상황이 됐다.

16번홀(파3)에서 보기로 3위까지 내려갔던 이준석은 17번홀(파4)에서 기사회생했다.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다시 챔피언조 3명이 공동 선두를 이뤘다. 마지막 18번홀(파5). 김주형의 티샷이 아웃 오브 바운스(OB) 구역에 떨어졌다. 결국 김주형은 우승경쟁에서 멀어졌고, 보기를 기록하며 3위로 대회를 마무리 했다.

우승을 놓고 박은신과 이준석이 마지막 퍼트 대결을 펼쳤다. 4~5m 가량의 비슷한 거리에서 박은신이 버디 퍼트를 놓친 직후, 이준석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환호했다.

어린 시절 쇼트트랙 선수로도 활동했던 이준석은 상비군 선발을 앞두고 즐겁기만 하던 스케이트 타는 것이 갑자기 싫어졌다. 그때 부모님을 따라 골프를 시작했고 2001년 호주로 골프 유학을 결심했다. 2005년 미국남자프로골프(PGA)에서 활약 중인 제이슨 데이와 함께 호주 국가대표로도 선발됐던 이준석은 국내 복귀 후 낯선 코스 환경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OB 구역이 많은 국내 골프코스에서 그의 공격적인 스타일은 독이었다. 한때 미국 진출이 꿈이었다는 이준석은 “이제는 코리안 투어에서 상금왕이나 대상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며 “그러다 보면 외국 진출 기회도 생길 거고, 또 다른 꿈도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KLPGA 투어에서는 임진희(23)가 BC카드ㆍ한경 레이디스 컵 2021(총상금 7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몰아친 끝에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프로가 된 임진희는 2018년과 2019년 두 시즌을 KLPGA 투어에서 뛰었지만, 매번 시드를 지키지 못했고, 작년에는 또다시 드림투어에서 뛰어야 했다. 그 사이에 시드전을 세 번이나 치렀다. 올해 KLPGA 투어에서 임진희는 9개 대회에서 4번밖에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 대회에 출전하기 전까지 상금랭킹 85위(1,986만원), 평균타수 68위(73.54타)에 머물렀던 무명 선수의 인생 역전이다. 2주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던 박현경(21)은 9언더파 279타로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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