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6월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33㎡(10평) 규모의 반지하 연립주택에서 노부부가 기르던 개 41마리와 고양이 1마리를 구조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처음에 길렀던 개는 네 마리였는데 이후 개들을 다른 곳에서 데려오기도 하고, 또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아 자체번식이 되면서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난 건데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개들을 관리하지 못하면서 악취와 소음으로 주변 민원이 거세진 상황이었습니다. 구조를 위해 현장을 방문한 활동가들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환기가 이뤄지지 않아 악취가 진동한 가운데 개들은 배설물 범벅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조된 개들은 대부분 시츄였는데, 모두 심각한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일부는 영양실조에 걸리기도 했고 눈이 아픈 개들까지 있었는데요. 치료도 받고 대부분 사람을 잘 따르고 순한 성격이라 많은 친구들이 입양을 갔습니다. 지난해 7월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해드렸던 '코퍼' 역시 이곳에서 구조된 개인데 5년 동안 보호소에서 지내다 지금은 '깐돌이'라는 이름을 얻고 한 가정의 반려견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코퍼 사연 보기: 보호소에서만 5년째… 집에서 장난감 놀이 실컷 하고 싶은 강아지)
이곳에서 구조된 시츄 '오리'(9세 추정∙수컷)도 가족을 기다린 지 6년이 지났습니다. 오리를 괴롭히던 심각한 피부병은 나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은 심장약을 먹고 있는데 약만 먹으면 건강을 유지하고 일상 생활을 하는 데는 다행히 문제가 없다고 해요.
오리가 제일 좋아하는 건 산책입니다. 활동가가 산책 줄만 들어도 산책 가는 것을 알아채고 뛰어오를 정도이고요, 산책 나가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쁘다고 해요. 사람을 잘 따르고, 밝고 활발한 성격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오리가 무서워하는 게 있는데 바로 비가 오는 날씨입니다.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면 불안해하며 사람 품을 애타게 찾는다고 해요.
활동가 이민주씨는 "오리는 수년 동안 꾸준한 약물 목욕과 관리를 통해 피부 건강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피부병의 흔적이 남아 있다"며 "오리가 구조되기 전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는지 말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합니다. 이어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오리이지만 제대로 관리받지 못했던 집과 보호소 생활이 전부다"라며 "비가 와도 날이 흐려도 오리가 바로 안길 수 있는 평생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입양문의: 동물자유연대
https://www.animals.or.kr/center/adopt/56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