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이 대표는 과거 보혁 갈등이 극심했던 시기, 보수정당이 노 전 대통령에게 예를 다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취임 후 광주와 전북, 제주 등 여권 지지세가 강한 지역을 방문한 데 이은 외연 확장 행보로 읽힌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봉하마을에서 먼저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계시고자 했던 대통령님, 그 소탈하심과 솔직하심을 추억하고 기립니다”라는 내용의 추모글을 남겼다.
참배 후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그는 권 여사에게 “광주에서 5ㆍ18과 관련한 폄훼나 이런 것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것처럼 정치적 이유로 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경우도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혹시라도 대선이 임박하면 그런 부분(폄훼)이 나올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대표로서 제지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소탈하고 소통에 능했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기리며 “우리 당의 가치로 편입해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권 여사와 40여분가량 대화하며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여사님께 저와 노 전 대통령의 추억을 말씀드렸다”며 “노 전 대통령이 취임 뒤 저를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해 장학증서를 수여하던 사진이 있는데, 그걸 태블릿PC에 담아와 보여드렸더니 여사님도 그때를 기억하더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봉하마을 방문은 중도층과 탈(脫)정권 지지층을 겨냥해 취임 후 지속해 온 외연 확장 시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그는 11일 국민의힘 대표 업무를 시작한 이후 주로 여권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을 공략했다. 취임 첫날 광주를 찾아서는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한다”고 했고, 17일 전북 군산을 방문한 자리에선 ‘호남 경제 살리기’ 메시지를 냈다. 23일에는 제주 4ㆍ3 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보수정당이 과거사 진상 조사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점을 반성하며 해결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