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오이타(大分)현의 벳부(別府)시. 한국에서도 유명한 온천 관광지에 지난 5월 일본의 인터넷통신서비스기업 ‘빅글로브(BIGLOBE)’가 ‘워케이션 스페이스’를 개설했다.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휴가지에서 원격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어디서든 일할 수 있습니까’란 제목의 연재물을 통해 일본 기업이 도입한 다양한 원격 근무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소개한 빅글로브의 워케이션 스페이스는 약 10㎡ 넓이의 방 한 칸으로 주거 겸용이다. 온천수가 나오는 욕탕도 있다. 이곳에 1990년 후반에 태어난 ‘Z세대’ 사원을 돌아가며 3개월간 체재시킨다. “비일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는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아리이즈미 다케시(有泉健) 사장이 ‘벳부 워케이션’ 발상을 실현시켰다. 대도시의 사무실에선 쉽게 나오기 힘든 창의적 발상을 끌어내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초대 주재원이 된 시바타 마사히로(24)씨는 입사 2년 차로, 본사의 신규사업본부에 소속되면서 벳부에서 일하게 됐다. 임무는 ‘온천지에서 워케이션 수요 개척’ 전략 만들기. 현지에서 지방의 통신환경 문제나 숙박시설을 조사 중이다.
일본에선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NTT데이터경영연구소에서 2020년 6월 실시한 오키나와현 실증 실험에선 3일간의 워케이션을 체험한 사람의 생산성이 평균 20% 상승하고 스트레스는 37%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개발(SI) 업체인 NEC솔루션이노베이터사는 2016년부터 넓은 백사장으로 유명한 온천마을인 와카야마(和歌山)현 시라하마(県白浜)조에 위성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0월부터는 기능을 더 확대해 ‘개방형 혁신’의 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근무 확산은 워케이션 외에도 다양한 근무 형식을 만들어냈다. 여행업체 JTB는 지난해 10월부터 자신이 사는 곳에서 이사하지 않고 전국 어느 지점이든 전근(轉勤)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직원의 일과 생활의 균형 향상에 기여할 뿐 아니라 회사에선 이사 비용, 체재비 절감 효과가 있다.
JTB 글로벌총괄본부 니시무라 류헤이(55)씨의 명함에 쓰인 직장 주소는 도쿄도 시나가와구이지만 실제 일하는 곳은 효고(兵庫)현 신온센(新温泉)조의 본가이다. 도쿄 발령 당시 회사가 먼저 집에서 일하도록 제안했다. 도쿄 및 해외 직원들과 화상 회의 및 이메일로 일하며, 집에선 요리와 쇼핑을 하고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1년 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풍요로운 삶”이라고 니시무라씨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