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000억 리콜 모자랐나"… '코나EV=불자동차' 등식 굳어지는 현대차 '골머리'

입력
2021.06.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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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회장 강조한 '품질경영' 논란, 또다시 불거져
리콜 차량이 아닌 차종에서 잇따라 화재 발생...리콜에 대한 전면 재검토 필요

현대자동차의 간판 전기차종인 ‘코나 일렉트릭(코나EV)’이 또다시 연쇄 화재사고를 냈다. 또 다른 주력 전기차종인 ‘아이오닉5’의 냉각수 누수에 이어 코나EV 화재까지 재발하자, 품질 논란이 다시 들끓는 양상이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주도로 진행 중인 1조 원대의 대규모 리콜에도 불구하고 추가 화재가 재발하자, 시정조치(리콜)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인근 펜션에 주차 중이던 코나EV가 화재로 전소됐다. 화재는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 하부에서 시작됐고, 연기와 함께 차량 전체로 번진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은 충전 중인 상태도 아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 차량엔 LG에너지솔루션의 고전압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리콜 대상이 아니고,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으로 작용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해당 배터리를 남양연구소로 보내 한국교통안전공단(KATRI), LG에너지솔루션 등과 함께 조사하고 있다. 심각한 배터리 훼손으로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조짐이다.

코나EV는 최근 해외에서도 화재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전기차 전문 매체인 ‘인사이드EV’와 노르웨이 현지 매체인 ‘테크노’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지역 한 도로변에 주차 중이던 코나EV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노르웨이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화재의 원인이나 차량 상태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며 “(사고 차량은) 공식적으로 수입되지 않은 차량이고 리콜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코나EV의 잇따른 국내외 화재 사고에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충남 보령과 노르웨이의 화재 차량이 모두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인 리콜 대상이 아니란 점에서 공포감은 더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11월부터 2020년 3월 사이 생산된 코나EV 7만5,680여 대를 대상으로 ‘고전압배터리시스템(BSA)’을 교체해주는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리콜 비용만 총 1조4,000억 원으로, 현대차가 4,255억 원, LG에너지솔루션이 9,800억 원가량을 분담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코나EV 리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현재 리콜 대상은 2019년 7월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난징(南京) 공장에서 ‘불량 배터리 셀’이 생산됐던 기간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2019년 7월 이후에는 배터리셀 양극에 절연코팅이 된 ‘개선품’이 생산됐고, 이는 2020년 4월부터 생산된 코나EV에 적용됐다. 하지만 개선품이 장착된 차량에서조차 화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개선된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작정 리콜 대상을 늘릴 수는 없다”면서도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리콜 배경으로 지목된 문제 외에도 다른 화재 원인을 밝혀내야 하고, 정부 측에서도 소비자 보상을 포함한 중대사고에 대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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