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세가 거세다. 일일 확진자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한인 사회도 약 4주 만에 200명 넘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역학전문가들은 '집단 무지(herd stupidity)'의 결과라며 "최악의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24일 현지 매체와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날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574명으로 역대 일일 기록을 깼다. 하루 만에 종전 기록(23일 1만5,308명)이 깨졌다. 올해 1월 30일 1만4,518명으로 최고치를 찍은 뒤 5,000~6,000명 선으로 떨어졌던 일일 확진 숫자가 일주일 전부터 1만 명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다시 병실, 묘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무섭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인 사회 상황도 심각하다. 대사관에 신고한 인원만 이달 들어 전날까지 50명이다. 1~5월 신고가 24명인 걸 감안하면 한 달도 안돼 그 두 배가 늘어난 셈이다. 신고자 대부분이 병실이나 환자 전용 수송기(에어앰뷸런스) 문의를 하는 중증이라 아예 신고를 하지 않는 대부분의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를 감안하면 집계되는 숫자가 사실상 무의미한 상태다.
수도 자카르타 한인 병원들을 찾는 확진자들과 주변 상황, 자카르타 외곽 한인 생산공장 집단 감염 등을 감안하면 한 달 새 200명 넘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옆집 누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소식이 속속 공유되고 있다. 귀국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한인들도 이달에만 87명이다. 25일엔 현대자동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주재원과 협력업체 직원 22명을 전세기로 귀국시킬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에는 현재 한인 2만 명 안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확산세는 최대 명절인 르바란 귀향 여파와 전염력이 높은 인도발 델타 바이러스 전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집단 무지 단계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판두 리오노 국립인도네시아대(UI) 사회보건대학 교수는 "마스크를 쓰면 변종 바이러스 출현이 25%로 줄어드는데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등 개인 방역 지침을 무시한 게 코로나19 폭증을 불렀다"고 말했다. "귀향을 제대로 막지 못한 정부도 사태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국민도 정부도 똑같이 집단 무지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우선 백신 접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한인 사회도 상사가 회식을 주재하고, 한국에서 온 출장자들을 접대하고, 항공편으로 여행을 다니고, 지인끼리 거리낌없이 만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자카르타에선 영업이 불허된 유흥업소들이 한인 공장이 밀집한 자카르타 외곽 치카랑에선 성업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자카르타 거주 한인 의사는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씻기 등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신과 남을 모두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감염되고 5일 이상 열이 지속되면 반드시 폐렴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직 최악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디키 부디만 호주 그리피스대 연구원은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상황은 아직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지 않았다"며 "최악은 7월 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를 우려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재택 근무 확대, 영업 일부 제한 등 부분 봉쇄 조치를 꺼냈으나 실효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한인회도 사태 해결에 나섰다. 이날 재인도네시아한인회는 비용 문제로 에어앰뷸런스를 이용할 수 없는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해 20명 안팎 정원의 특별 전세기를 운용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박재한 회장은 "1차 확산 때도 한인들이 힘을 모아 극복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함께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대사관도 전날 한인들이 현지에서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는 장소들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