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 여성 폐암 늘어나는데…조리 시 마스크 쓰면 예방 도움될까?

입력
2021.06.24 09:37

폐암은 암 발병률 4위, 사망률 1위다. 매년 2만5,000여 환자가 새로 생기고 1만8,000명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 남성 폐암 환자 가운데 70% 정도가 흡연자일 정도로 폐암 발병의 가장 큰 위험 인자는 흡연이다.

최근 비흡연자 가운데 폐암에 걸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조리할 때 생기는 미세먼지 흡입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 폐암은 대부분 흡연으로 생기는 남성 폐암과 세포 형태와 발생 부위가 다르다. 남성 폐암은 기관지 점막을 구성하는 세포의 변형으로 폐 중심부에서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이 많다.

반면 여성 폐암은 폐의 선세포에서 생긴 선암이다. 이는 국내 폐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대개 간접 흡연과 관계가 깊다. 선암은 비소(非小)세포폐암에 속하는데, 비교적 서서히 진행되므로 조기 발견되면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암 사망률 1위인 폐암 환자의 대부분이 담배를 오래 피운 남성이지만 최근 전혀 흡연하지 않은 여성 폐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김영태 교수는 “흉부외과 의사로 실제로 제가 수술하는 폐암 환자의 30~40%가 비흡연 여성 환자”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미국, 유럽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송승환 상계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부엌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가 폐암 발생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마스크를 쓰고 조리하거나 환기를 자주하는 생활 습관이 폐암을 비롯한 폐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폐암 가족력이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폐암 발병 위험이 2~3배로 높다. 보통 흉부 X선 촬영을 일차적으로 시행하지만, 종양이 작거나 간유리음영이라면 관찰하기 어려울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송승환 교수는 “폐암 가족력이 있으면서 담배를 10년 이상 피웠다면 40세 이전부터 매년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대한암학회는 45세 이상이면서 흡연력이 20갑년일 때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폐암 조기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비흡연 폐암을 막으려면 조리 시 생기는 미세먼지 외에도 대기오염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도움이 되고, 적당한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송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으로 폐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폐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으므로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올바른 생활 습관으로 폐 건강을 지키는 것이 폐암에 덜 걸리는 길”이라고 했다.

한편 하루 1갑씩 40년간 흡연하면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률이 20배 높아진다. 담배에는 니코틴ㆍ타르 등을 비롯한 수천 가지의 유기 화합물이 포함돼 있으며 이 중 60여 가지 이상의 발암물질로 이뤄져 있다.

전자담배는 이러한 물질들을 조금 줄인 것으로 일부 사람은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생각해 연초를 끊고 전자담배를 택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자담배에도 니코틴 성분이 들어 있어 의존이나 중독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금연이 어려워져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한다.

전자담배와 폐암의 연관성이 없다고 밝혀진 것이 아니므로 흡연자가 연초 대신 전자담배를 택하는 것은 폐암 예방의 길이 될 수 없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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