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그만 둬라! 돈은 코로나 대책에 써라!”
도쿄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둔 23일 오후 6시 일본 도쿄 신주쿠구의 도쿄도청 제1청사 앞에서 시민 수백명이 모여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벌였다. 그동안 열린 올림픽 반대 시위에 주로 고령자들이 참가했던 것과 달리, 이날 시위에선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를 보고 참가한 젊은이들도 많이 보였다. 취재하러 온 외신 기자들도 매우 많았다. 현장에 사람들이 너무 밀집해 감염을 우려한 일부 시민들은 도청 앞 길 건너편에서 응원하기도 했다.
‘반올림픽모임’ ‘올림픽재해 사절 연락회’ 등 도쿄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7개 단체로 구성된 주최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수그러지지 않았는데도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도쿄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판했다. 특히 “약간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한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돼도 올림픽은 한다”고 단언한 존 코츠 부위원장 등 IOC 임원들에 대한 분노가 컸다. 이들 ‘올림픽 귀족’들은 올림픽 개최로 방영권 수익을 얻고, 일본인의 세금으로 초호화 호텔에 머물며 매일 만찬을 즐기는 반면, 일본인들은 코로나19로 고통 받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올림픽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당장 취소할 것을 주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도 일본 정부와 IOC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한 70대 남성은 “IOC가 돈 때문에 불공평한 올림픽인 줄 알면서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국 선수들은 감염 우려로 예선 참가를 못한 경우도 있고 일본에 와서 연습도 못하는데, 일본 선수에게 절대 유리한 올림픽을 여는 것은 비열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을 보고 참가했다는 20대 남성은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도쿄도의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도 올림픽을 강행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최근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잇따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개최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에 대해 “당연하다”면서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반드시 중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사히뉴스네트워크(ANN) 여론조사에 따르면 ‘7월에 예정대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전달보다 늘긴 했지만 30%에 불과한 반면 ‘재연기’나 ‘중지(취소)’ 등 개최에 반대하는 여론이 65%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