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까지 '패싱'한 인사전횡…경기 이천 '행정과'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21.06.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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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가 인사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특정 부서 출신이 행정국장(4급) 자리를 독식하고 시장의 지시까지 거슬러 인사를 하는 등 전횡이 도를 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이천시와 복수의 직원에 따르면 자치행정과 출신 일부 간부들이 '셀프 승진'을 일삼는가 하면, 회전문 인사를 통해 자치행정국장을 돌아가며 맡고 있다. 자치행정국은 시의 인사, 회계, 계약, 세무 등의 업무를 보는 가장 '힘' 있는 부서다.

2018년 5월 4일 자치행정과장에 발령난 A씨는 3개월 뒤인 같은 해 8월 12일 국장으로 승진하면서 행정국장에 임명됐다. 행정과장이 행정국장으로 직행한 것은 민선 출범 후 최초라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특히 A씨가 이듬해 6월 30일 정년 퇴임 후 온 후임 국장은 A씨에 앞서 행정국장을 맡았던 B씨다. 직원들은 "퇴임하는 A씨에게 '이천시 행정국장 출신' 약력을 달아주기 위해 B씨가 잠시 물러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혜 인사라는 것이다.

또 이번 인사에서 현 행정국장 C씨의 후임으로 D씨 내정설이 돌면서 '자치행정과 카르텔' 단어까지 돈다. A~D씨 5명(B씨 2회) 모두 자치행정과 출신이다.

3개월 전부터 돌던 '소문'이 현실이 된 것도 직원들을 술렁이게 했다. 앞서 '자치행정과 출신 E과장(5급·행정직렬)을 하반기에 국장으로 바로 승진시키기 위해 이번 상반기 인사에선 행정직렬이 아닌 기술직렬이 승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실제 이날 기술직렬의 F과장의 승진이 결정된 것이다. 이천시는 통상 상반기에 행정직렬을 하반기에 기술직렬 직원을 승진시켰다. 과장 승진 후 만 4년이 지나야 국장 승진 대상자가 되는데 E과장은 현재 승진 대상에 오르기엔 5개월여가 모자란다.

이들은 엄태준 이천시장마저 '패싱' 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엄 시장이 투명한 행정업무를 위해 감사담당관의 외부 영입을 지시했지만, 자치행정과 출신들의 반대로 개방형 공모가 무산됐다. 익명의 제보자는 “엄 시장의 지시에 ‘외부인은 이천을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자치행정과 출신이 승진 내정됐다”고 말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 최측근과 정무라인 인사들조차 그들의 인사 전횡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며 “내년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엄 시장은 이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는 것 같아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이 같은 사실 확인을 위해 이천시 담당국장과 통화했으나, 기자의 질문 도중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는 등 피했다. 엄태준 시장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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