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없어지는 건 아닌지···" 거리두기 완화에도 불안한 화장품 로드 숍

입력
2021.06.24 04:30
18면
코로나19에 명동 로드 숍 초토화
들뜬 유통가와 달리 "기대 안 한다" 분위기
관광 재개해도 온라인 구매가 더 많을 듯

한 집 건너 화장품 로드 숍(길거리매장)이 번성했던 과거가 무색하게도 지난 22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는 문을 연 로드 숍을 찾기 어려웠다. 을지로입구역 5번 출구에서 명동역 5번 출구를 잇는 명동 중앙로 500m 구간에는 폐업한 화장품 로드 숍만 10곳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쉬어갑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라는 문구를 붙여둔 곳부터, 아예 가게를 내놓은 곳도 있었다.

명동에 로드 숍이 8곳이나 있었던 프리티스킨은 매장 1곳만 영업 중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등 명동에 10개 이상 매장이 있던 다른 업체도 2, 3곳만 문을 여는 등 상황은 비슷했고 그나마 문을 연 곳에서도 한숨이 새어나왔다. “거리두기 개편이요? 글쎄요. 전혀 기대가 안 되는데...”

‘화장품 1번지’ 명동, 화장품 가게 80% 문 닫아

‘화장품 1번지’ 명동에서 화장품 로드 숍이 ‘종말’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화장품 판매 오프라인 채널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하늘길이 막히며 외국인 관광객이 끊긴 후 화장품 로드 숍은 좀처럼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일찌감치 온라인 채널로 눈을 돌렸고 외국인 고객 역시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구매하고 있다.

내달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사적모임 가능 인원수가 늘어나고 영업 제한 시간이 연장되는데도 화장품 로드 숍들은 별다른 기대감이 없었다. 거리두기 개편을 앞두고 들썩이고 있는 다른 업종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명동에서 8년째 화장품 로드 숍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코로나19 이후 ‘팔린다’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이 없을 정도로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주 고객인 20·30대 여성 다수는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고 접종을 한다고 해도 불안해서 마스크를 벗지 않아 매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동안 이 로드 숍을 찾은 손님은 단 4명이었다.

업계 “‘로드 숍’ 최소화시킬 것”...유통채널 변화 불가피

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판매 채널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량이 오프라인 판매량을 훌쩍 넘어서자 대부분 직영점을 줄이는 추세”라며 “요새는 외국인들도 온라인으로 산다”라고 전했다.

게다가 화장품 업체 대부분은 직접 라이브방송을 하고 e커머스 플랫폼에도 진출했다. 명동의 한 로드 숍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써보기만 하고 정작 주문은 쿠팡에서 한다”며 “더 싼 가격에 다음 날 아침이면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는데 굳이 여기서 사겠느냐”고 되물었다.

시장 상황이 이러니 화장품 기업들은 로드 숍을 ‘최소한’만 남겨두려는 분위기다. 관광이 재개되더라도 예전 명성을 되찾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업종의 폐점률은 28.8%로, 주요 도·소매업종 중 가장 높았다. 아리따움은 지난해에만 189곳, 더페이스샵은 141곳, 이니스프리는 103곳이나 문을 닫았다.

대신 로드 숍은 ‘체험식 특수 매장’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화장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맞춤형 화장품을 제작하고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아모레 성수’ 등이 대표적이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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