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까지 소름 돋는... 내가 뽑은 방구석 피서지

입력
2021.06.26 10:00
<166> 세계의 무더위 격파 여행지 - 남미 편

덥다 덥다 하면 더 덥다. 무더위도 제법 살맛 난다고 위로하는 여행자의 피서법. 그때 그 상황으로 저벅저벅 걸어가 오소소 돋는 소름과 만난다. 일 때문에, 혹은 코로나19 때문에 여름휴가를 반납한 이들에게 바친다.

소름의 삼중주,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일출

바야흐로 어느 3월의 새벽 2시, 한 승합차가 숙소 앞에 섰다. 우유니 소금사막(Salar de Uyuni)의 일출을 보려는 신념 하나로, 4명의 일본인과 동행할 차다. 빨리 일어난 새가 먹이를 찾듯 서둘렀다. 차의 전조등에만 의지해 도착하니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옆 사람의 몰골도 귀신 꼴이다.

소름 하나, 지상에 내리자 얼음 요정이 서서히 발을 마비시킨다. 그제야 깨달은 불편한 진실, 해는 새벽 4시가 넘어야 뜬다. 3,660m 고도로 인해 해가 없으면 기온은 영하 5도에서 영상 5도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한다. 버킷리스트고 뭐고, 발을 동동 구르며 얼른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소름 둘, 해가 뜨면서 날개 돋친 듯 세상이 점점 두 조각나기 시작한다. 혹독한 기다림 끝에 맞이한 경이로운 순간이다. 그리고 모두가 상상하는 대로 데칼코마니가 된 하늘과 땅, 이 정도면 당신도 내게 뭔가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듯, 황홀하고도 위풍당당한 풍광이 세 번째 소름이었다.






짧지만 아찔한 악몽, 에콰도르의 코토팍시 국립공원

코토팍시(Parque Nacional Cotopaxi)는 괴물 같다. 현재까지 50회 이상 화염을 뿜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 그룹에 속한다. 바람이 불다가 우박이 쏟아지다가 좀 괜찮다가 비바람이 전방위로 들이닥친다. 미리 기상을 체크해봤자 소용없다.

라타쿵가(Latacunga·코토팍시에서 32.3km 떨어진, 가장 가까운 도시)를 출발할 때만 해도 태양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러나 호기롭게 공원에 접근했을 땐 자욱한 운무가 돌아가라 절망을 줬다.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 전진했다. 정문에서 빌려 탄 사륜구동 차는 잽싸게 달려 해발 4,600m에 닿았다. 이미 머리가 무겁다. 땅에 자석이라도 달린 듯 온몸을 끌어 내렸다. 한 발 오르면 머리가 천근만근이고, 다시 한 발 내디디면 몸속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는 듯한 길이다. 붉고 검은 돌과 화산재에 미끄러져 가슴이 철렁거린다. 높은 해발고도 때문에 심장이 터져 나올 기세다. 드디어 당도한 대피소. 고작 200m 조금 넘게 오르는데 1시간이나 걸렸다.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화산이 터지는 건 아닌지 공포심에 아슬아슬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속까지 후련, 아르헨티나의 페리토모레노 빙하

선선하거나 너무 추운 파타고니아 지역엔 얼음 미녀, 빙하 미남이 많다. 덕분에 잘못 찍어도 엽서 사진이다. 페리토모레노 빙하(Perito Moreno Glacier)는 남부 파타고니아 48개 빙하 중 가장 크고 잘 생기고 접근성이 좋은 빙하다. 늘 함께 검색되는 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Parque Nacional Los Glaciares)은 이곳만이 아니라 이 일대를 아우르는 빙하 군단 지역을 이른다.

기대 이상이다. 처음 진입할 땐 가려진 숲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흥분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문득, 잘 정비된 나무다리 위에서 정면으로 맞닥뜨린다. 약 161km² 면적의 빙하가 솟구쳐 있다. 너비 4.8km, 평균 높이 78m를 자랑한다. 신비로운 것은 지구온난화에도 불구하고 매일 약 2m씩 빙하가 넓어진다는 점이다. 세계의 불가사의 감이다. 우리 눈도 마법에 휩싸인다. 약 30분마다 얼음 기둥이 파열해 바다로 다이빙한다. 쩍, 찌지직, 쾅! 서라운드 시스템으로 울려 퍼진다. 입을 다물 길이 없는데, 입에 들어온 한기로 주책없이 웃음이 터진다.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