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료사고에 대비하고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자는 의료개혁 요구가 국회에서 겉돌고 있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여당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신중론을 주장하는 국민의힘 반대에 막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국회 공청회에서도 환자단체와 의료계는 팽팽하게 대립했다. 2015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뒤 7년째 논의만 거듭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이다.
국회에 제출된 3건의 의료법 개정안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함으로써 불법의료를 근절하고 의료분쟁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자는 게 공통된 취지다. 그런데도 의료계는 의료진의 방어진료로 인해 국민건강권이 침해되고 환자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해 도리어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수술실 CCTV는 의사 입장에서도 의료분쟁을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일부의 아동학대 사건으로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는 점을 의료계가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 특성상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이나 의료진의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CCTV 설치의 국민적 편익이 훨씬 크다. 국회 보건복지위 차원의 여론조사에서 불법 의료 방지 및 알 권리 강화를 위해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국민 의견은 89%로 압도적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CCTV 의무화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의 인권보호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냈고, 그동안 병원 자율을 주장하던 보건복지부도 최근 설치 의무화로 입장을 틀었다.
여야는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라 신중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라는 막강한 이익단체의 눈치를 살피느라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인천과 광주에서 또다시 대리수술 의혹이 제기되면서 CCTV 의무화 여론이 비등한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정치권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