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군사경찰이 A 중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성추행 사건’ 초동 수사 당시, 가해자 B 중사가 피해자에게 보낸 “용서 안 하면 죽어버리겠다”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사과로 인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늑장 수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원점에서 수사 중인 국방부조차 지금껏 부실 수사 의혹을 받는 군사경찰을 한 명도 입건하지 않았다. 비슷한 혐의가 적용된 군 검사를 피의자로 전환한 것과 대조적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3일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 수사 관련 브리핑에서 “사건을 초기 수사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에서 입건된 사람은 없다”며 “(피의자가 아닌) 피내사자 신분으로 조사해왔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 사건에 연루돼 피의자로 입건된 인원은 13명으로, B중사와 사건 무마를 시도한 부사관은 물론 부실 수사 정황이 드러난 공군 검사도 포함돼 있다.
이 관계자는 “군사경찰의 미흡한 수사 정황이 밝혀지긴 했지만 직무유기 혐의로 공소유지가 가능한지 여부는 법리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군사경찰은 사건 발생(3월 2일) 한 달 후인 4월 7일 B 중사를 ‘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한 만큼,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군 검사의 경우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고도 55일이 지난 지난달 31일에야 가해자를 조사해 직무유기 혐의가 명백하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군사경찰의 초동 수사에도 허점이 적지 않았다. 군사경찰은 사건 발생 후 B중사가 피해자에게 보낸 “용서 안 하면 죽어버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사과로 판단하는 등 안이하게 대처했다. 이 관계자는 군사경찰이 사건 초기 B 중사를 불구속 입건한 이유와 관련해 “수사관이 가해자 측 문자를 사과로 받아들여 2차 위협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못 했고 증거 인멸 우려도 없는 것으로 봤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군 일각에선 군사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관대한 처분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현재 국방부 차원의 수사는 검찰단과 조사본부 합동으로 진행 중인데, 군 검사 수사는 검찰단이, 군사경찰은 조사본부가 각각 담당한다. 수사체계가 이원화돼 있다 보니 군사경찰을 관할하는 조사본부가 군 검찰보다 더 느슨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다.
한편 군 당국 수사의 적정성 등을 점검하는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전날 열린 3차 회의에서 1년 전 A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준위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의결했다. 반면 A 중사가 옮긴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피해자 신상을 유포해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상관들에 대한 기소 여부는 보류했다. 군 관계자는 “이들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는지는 추가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