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걸린 소아·청소년에게 주로 발생해 ‘어린이 괴질’이라고도 불렸던 다기관염증증후군 성인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됐다.
23일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민재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이 병원을 찾은 38세 남성이 코로나19 감염 후 다기관염증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이 남성은 3월 16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가볍게 앓은 뒤 합병증 없이 회복했다. 그런데 약 6주 뒤부터 열이 나고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이어졌다. 아산병원을 찾았을 땐 심부전 때문에 누워서는 호흡이 곤란해 앉은 자세로 있어야 하는 상태였다.
아산병원은 이 환자의 병력과 상태가 지난해 10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내놓은 성인 다기관염증증후군 진단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다기관염증증후군은 발열과 함께 온몸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 소화기, 심혈관, 피부, 신경계 등 폐 이외 여러 장기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병이다. 급성 열성 발진인 가와사키병과 증상이 비슷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다기관염증증후군이 보고돼 왔지만, 성인도 일부 있었다.
이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증상이 크게 호전됐고 지난 5월 10일 퇴원했다. 연구진은 이 환자 사례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성인과 청소년 모두 증상은 주로 소화기관에 나타났고, 심장 이상은 성인에게, 피부 발진은 소아·청소년에게 더 흔했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건강한 성인은 코로나19에 걸리면 대다수가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기 때문에 성인 다기관염증증후군 진단이 어렵다”며 “빠른 진단과 즉각적인 치료가 임상 결과를 향상시키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 사례는 총 5명(1일 기준)이 보고됐다. 방역당국은 이들이 “전원 회복 후 퇴원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