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3시간 망망대해 표류' 14세 소년 구한 인도네시아 해군

입력
2021.06.2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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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던 여객선에서 추락 
수영으로 버티다 해군에 구조

18일 오전 8시 30분쯤 인도네시아 해군 함정 슴빌랑805함이 수도 자카르타 북쪽 먼바다에서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동그란 검은 물체는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누군가 "사람이다"라고 외쳤다. 병사들은 한 어선의 선원이 수영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며 구명정을 타고 서서히 다가갔다. 바다에 떠 있는 이는 10대 소년이었다. 병사들은 "여긴 바다 한가운데야.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세니 어서 올라오라"고 한 뒤 소년을 구했다. 알고 보니 소년은 여객선에서 떨어진 뒤 3시간이나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었다. 23일 메르데카 등 현지 매체는 기적의 생환 소식을 전했다.

14세 소년 리도 일하미군은 그날 오전 자신의 집이 있는 하라판섬으로 가는 여객선에 타고 있었다. 소년은 "오전 5시쯤 잠이 들었고 오줌이 마려워서 깼는데 갑자기 미끄러져서 바다로 떨어졌다"고 했다. 3시간여 뒤 해군이 구조할 때까지 소년은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에 홀로 남겨졌다. '풀라우 스리부(1,000개의 섬)' 일대로 일상적인 순찰에 나선 슴빌랑805함의 병사들이 왼쪽 뱃머리 100m 지점에 떠다니는 물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소년의 운명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소년은 "(상어 같은) 무서운 물고기가 나타날까 봐 바다에 떠 있는 동안 너무 두려웠다"고 말했다. 소년은 다행히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소년의 강인한 정신력을 높이 평가했다. 게다가 소년의 꿈은 해군이었다. 21일 유도 마르고노 해군참모총장 명의로 소년에게 자전거와 저금통장 등을 선물했다. "해군에겐 전쟁터인 바다에서 용감하게 버텨 살아남았고, 해군이 되고 싶다는 소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어 "소년의 정신은 이미 해군이 되는데 적합하기에 돕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해군은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신속하고 능숙하게 구조한 슴빌랑805함 병사들에게도 상을 내렸다.

구조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소년과 해군을 모두 칭찬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인도네시아 해군은 강하다", "축하하고 감사합니다. 인도네시아 해군 군인 여러분", "바다 한가운데서 수영을 잘한 소년은 멋진 해군 후보다" 등이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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