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원조’도 아직 물리치지 못했는데 한층 강력한 ‘변이’가 나타나더니, 이젠 변이의 돌연변이까지 등장했다. 산 넘어 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인류의 공격적인 백신 접종보다도 결과적으론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가 더 빨랐다. 지구촌에 드리운 먹구름이 가시기는커녕 더 두터워진 게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인도 보건·가정복지부는 22일(현지시간) “델타 변이가 추가 변이한 ‘델타 플러스’가 마하라슈트라 등 3개 주(州)에서 22건 발견됐다”며 각 주정부에 즉각 봉쇄를 지시하고 델타 플러스를 ‘우려 변이’로 긴급 지정했다. ‘변이의 변이’인 델타 플러스는 모태 격인 델타 변이보다 감염력이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 최고 의료기관인 전인도의학연구소(AIIMS) 란딥 굴레리아 소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감염자 옆에서 걷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을 정도”라고 현지 매체 인디아투데이에 말했다. 보건전문가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델타 플러스가 ‘3차 대유행’의 전조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저명한 바이러스학자 샤히드 자밀 박사는 “델타 플러스가 백신과 항체, 감염으로 생긴 면역력을 무력화하는지 빨리 조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델타 플러스에 인도는 물론, 전 세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직 델타 변이 확산세도 잡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12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는 올해 4~5월 인도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데 이어, 세계적 지배종으로 급부상 중이다. 반 년 만에 80여 개 국가로 퍼졌다. 알파(영국발) 변이보다 감염력이 60% 이상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델타 변이는 영국에서마저 ‘토종’ 알파 변이를 밀어내고 신규 감염의 99%를 차지하는 지배종이 됐다. 미국에서도 급속히 세를 불려가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4월 초 0.1%였던 델타 변이 감염은 5월 초 1.3%, 이달 초엔 9.5%로 늘었다. 심지어 이달 5~16일, 2주 동안엔 20.6%로 폭증했다. 2주마다 두 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게놈연구업체 헬릭스의 윌리엄 리 부사장은 다음 달 초중순 델타 변이가 미국 신규 감염의 5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델타 플러스도 델타 변이와 유사하거나, 어쩌면 더 강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인디아투데이는 “델타 플러스가 생존에 더 적합한 성공적인 돌연변이라면, 델타 변이의 위협적인 특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전파력이 높고, 중증 질환을 유발하며, 치료제에도 내성이 있고, 백신 회피 능력도 한층 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델타 플러스는 인도를 포함해 미국 영국 포르투갈 스위스 일본 폴란드 네팔 중국 러시아 등 10개국에서 발견됐다.
현재로선 백신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특히 접종을 ‘완전히’ 마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례로 최근 연구에서 화이자 백신은 2회 접종을 했을 때 델타 변이로 인한 중증 질환을 88% 예방했지만, 한 번만 맞으면 33%로 효능이 떨어졌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백신은 변이 확산을 막을 뿐 아니라 더 위험한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돌연변이의 사슬을 끊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접종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