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이자가 30% '껑충'...카뱅 변심에 놀란 넥타이부대

입력
2021.06.23 17:00
19면
중·저신용 대출 늘리는 인터넷은행
카뱅 高신용자 마통 금리 '상승세'
신용 만점인데... "1년 새 1%p 올라"
"금융포용, 중저신용 대출 더 확대"

4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지난해 6월 카카오뱅크를 통해 4,000만 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개설했다. 신용등급 1등급인 A씨는 당시 연 2.4% 금리를 적용받았다.

그런데 카카오뱅크는 최근 대출 기간(1년) 만기 안내를 통해 연장 후 예상금리를 연 3.3%로 안내했다. 1년 새 대출 금리가 0.9%포인트 오른 것이다. A씨는 "신용 상태가 변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금리가 오를 줄은 몰랐다"며 "매달 내야 할 이자만 30% 이상 오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넷 은행서 高신용자 대출 금리 '껑충'

저금리와 접근성을 내세워 대출 시장에서 세(勢)를 불려온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최근 빠르게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정부가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정책에 나서면서 이들 은행은 직장인 등 고신용자 위주로 신용대출 문턱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2% 안팎의 금리로 '영끌 투자(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섰던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추후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카카오뱅크의 1~2등급(고신용) 대상 마이너스통장(마통) 대출 금리는 연 3.47%다. 4대 시중은행 중 이 기간 해당 대출 금리가 가장 높았던 KB국민은행(3.22%)보다 0.25%포인트, 우리은행(3.17%)보다는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영끌 대출'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만 해도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에 평균 연 2.79%에 마통 대출을 내줬다. 8개월 만에 금리를 0.68%포인트 올린 것이다. 지난 5월 고신용자에 3.29%로 마통 대출을 실행한 케이뱅크 역시 지난 9월(2.72%) 대비 금리가 0.57%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대출 금리를 0.16%포인트 올린 하나은행(2.95%→3.11%)과 비교해 이들 인터넷은행의 인상 폭은 3~4배에 달한다.

중·저신용 대출 확대에 사활...진짜 이유는?

일각에선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늘리라는 금융당국 압박이 작용한 결과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로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계획'을 받았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인터넷은행들은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 대출을 30~44%씩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야 연체 가능성이 낮은 고신용자 대출이 많을수록 수익성과 건전성 면에서 이득"이라며 "그럼에도 중·저신용 대출을 늘리는 건 정부 주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고신용자 대출 금리가 올라간 대신, 중·저신용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여러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최근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출 한도를 기존 7,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으로 확대한 데 이어, 다음 달 9일까지 '중신용대출'이나 '사잇돌대출'을 새로 받는 중·저신용자 고객을 대상으로 첫 달 이자를 지원하는 등 우대 혜택을 늘리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중·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낮추고 한도는 높이기 위해 고신용자 대출 억제 예고를 꾸준히 해왔다"며 "금융 포용이란 올해 목표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발하는 등 대출을 꾸준히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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