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지난해 6월 카카오뱅크를 통해 4,000만 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개설했다. 신용등급 1등급인 A씨는 당시 연 2.4% 금리를 적용받았다.
그런데 카카오뱅크는 최근 대출 기간(1년) 만기 안내를 통해 연장 후 예상금리를 연 3.3%로 안내했다. 1년 새 대출 금리가 0.9%포인트 오른 것이다. A씨는 "신용 상태가 변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금리가 오를 줄은 몰랐다"며 "매달 내야 할 이자만 30% 이상 오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저금리와 접근성을 내세워 대출 시장에서 세(勢)를 불려온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최근 빠르게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정부가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정책에 나서면서 이들 은행은 직장인 등 고신용자 위주로 신용대출 문턱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2% 안팎의 금리로 '영끌 투자(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섰던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추후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카카오뱅크의 1~2등급(고신용) 대상 마이너스통장(마통) 대출 금리는 연 3.47%다. 4대 시중은행 중 이 기간 해당 대출 금리가 가장 높았던 KB국민은행(3.22%)보다 0.25%포인트, 우리은행(3.17%)보다는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영끌 대출'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만 해도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에 평균 연 2.79%에 마통 대출을 내줬다. 8개월 만에 금리를 0.68%포인트 올린 것이다. 지난 5월 고신용자에 3.29%로 마통 대출을 실행한 케이뱅크 역시 지난 9월(2.72%) 대비 금리가 0.57%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대출 금리를 0.16%포인트 올린 하나은행(2.95%→3.11%)과 비교해 이들 인터넷은행의 인상 폭은 3~4배에 달한다.
일각에선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늘리라는 금융당국 압박이 작용한 결과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로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계획'을 받았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인터넷은행들은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 대출을 30~44%씩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야 연체 가능성이 낮은 고신용자 대출이 많을수록 수익성과 건전성 면에서 이득"이라며 "그럼에도 중·저신용 대출을 늘리는 건 정부 주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고신용자 대출 금리가 올라간 대신, 중·저신용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여러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최근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출 한도를 기존 7,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으로 확대한 데 이어, 다음 달 9일까지 '중신용대출'이나 '사잇돌대출'을 새로 받는 중·저신용자 고객을 대상으로 첫 달 이자를 지원하는 등 우대 혜택을 늘리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중·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낮추고 한도는 높이기 위해 고신용자 대출 억제 예고를 꾸준히 해왔다"며 "금융 포용이란 올해 목표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발하는 등 대출을 꾸준히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