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피해가 집중되던 인도와 남미의 명암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인도의 경우 확산세가 진정되고 있는 반면, 여전히 사망자가 속출 중인 남미는 설상가상으로 바이러스가 더 활발해지는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인도는 델타 변이, 남미는 감마 변이가 각각 처음 발견된 지역이다.
4월부터 인도 전역을 휩쓴 코로나19의 기세는 최근 들어 완전히 꺾였다. 현지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오전 기준 인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4만2,640명(전날부터 약 24시간 동안 각 주의 집계치 합산)이다. 41만 명을 상회하던 지난달 초 규모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인도의 신규 확진자 수가 5만 명 아래로 내려간 건 3월 24일(4만7,262명) 이후 약 석 달 만이다.
사망도 확 줄었다. 이날 보고된 신규 사망자 수가 1,167명인데 하루 4,000명씩 목숨을 잃던 대확산 기간 당시 규모의 4분의 1 정도다.
수도 뉴델리의 감염자 추이는 더 극적이다. 4월 한때 2만8,000명을 넘어섰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전날 89명까지 줄었다. 뉴델리의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아래로 내려간 건 2월 16일(94명) 이후 약 넉 달 만이고, 89명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지난해 4월 30일(76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경제도 회복 기미가 보인다. 인도 대표 주가 지수인 뭄바이 증시 센섹스(SENSEX) 지수가 이날 장중 한때 역대 최고치인 53,057.11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간 수급 요인 등 탓에 지지부진했던 백신 접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전날 하루 동안에만 860만 회의 접종이 이뤄졌다고 인도 보건부가 밝혔는데, 1월 16일 백신 접종 시작 이후 최다 기록이다. 지금까지는 하루 300만 회 안팎이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백신 접종 수 기록이 세워져 기쁘다며 전날 자기 트위터에 “잘했다. 인도”라고 썼다.
대조적으로 남미는 침울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 남미다. 남미의 경우 사람이 유독 많이 죽는다. 20일 기준 하루 신규 사망자 상위 10개 국 중 절반이 남미 국가다. 브라질이 2위, 콜롬비아가 3위, 아르헨티나가 6위, 페루가 7위, 칠레가 9위다. 인구 대비로 따지면 사정은 더 엉망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집계 결과를 보면, 최근 1주일간 인구 100만 명 대비 일 평균 코로나19 사망자 수 상위 10개 국가 중 7곳이 남미국이다.
앞으로는 더 암담하다. 바이러스의 기승이 더 심해질 겨울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브라질, 페루 등 남반구에 있는 남미 국가들은 21일을 기해 동절기로 접어들었다. 이날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 대상 백신 추가 지원 계획을 밝히며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를 우선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사실 인도와 남미는 처지가 비슷했다. 먼저 변이의 고향이다. 남미의 경우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서 감마 변이가, 페루·칠레 등 안데스 지역에서 람다 변이가 각각 처음 등장했고, 인도는 자국에서 4월 출현한 델타 변이 탓에 한동안 화장장이 모자랄 정도였다. 미국과 함께 누적 사망자 규모도 전 세계에서 최대 수준이다. 2위가 브라질(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 21일 기준 50만2,817명), 3위가 인도(22일 38만9,302명)다. 그런데 왜 이런 상반된 결과가 빚어지고 있을까.
무엇보다 강력한 방역의 효과를 봤다는 게 인도 당국의 분석이다. 뉴델리의 경우 4월 19일 도입한 봉쇄 조치가 지난달 말까지 이어졌다. 지금은 뉴델리 식당과 쇼핑몰, 상점 등의 영업이 대부분 정상화됐고, 주요 대도시의 지하철 운행도 재개된 상태다. 반면 남미의 방역은 안이했다. 감염 확산을 부추기는 대규모 행사를 불사했다. 콜롬비아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브라질은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 개최를 강행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진국의 백신 우선 제공 지역이 남미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의 카리사 에티엔 국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는 남미 지역 회복이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