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반격'... "X파일은 괴문서... 불법사찰 책임지라"

입력
2021.06.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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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X파일'이라는 돌출 악재를 만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반격에 나섰다.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며 정부·여당 배후설을 제기했다. 최근 며칠간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의혹이 커지자 '정면 돌파'로 선회한 것이다. 이르면 이달 말 정치 선언을 예고한 상황에서 논란 증폭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의혹 커지자 급히 진화... "여권발이면 불법사찰"

윤 전 총장은 430자 분량의 입장문에서 'X파일'을 세 차례나 "괴문서"라 불러 '신뢰도 없음'을 부각했다. "출처 불명 괴문서로 정치 공작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ㆍ근거ㆍ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며 자신감도 보였다.

윤 전 총장은 "(X파일 공개로) 진실을 가리고 허위 사실 유포와 불법사찰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도 했다. '불법사찰'을 거명한 것은 X파일 논란에 권력기관이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읽혔다. 윤 전 총장은 정치평론가 장성철씨 등의 주장을 가리켜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처럼도 말한다"며 "그렇다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고 했다.

검찰 배후 가능성도 거론했다. 윤 전 총장은 "괴문서에 연이어 검찰발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정치 공작의 연장선상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공작과 사찰의 피해자'를 자처한 것엔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윤 전 총장은 또 “국민 앞에 나서는데 거리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랬다면 지난 8년간 공격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검찰 재직 시에도 가족 사건에 일절 관여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난 8년’을 언급한 대목에선 도덕성과 공정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보였다.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한 것을 계기로 좌천됐음에도 살아남은 건 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작심하고 역공을 편 건 'X파일'의 파장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형적인 정치공작"이라고 방어하고 있음에도, 윤 전 총장의 경쟁력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커지는 터다.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보수 진영의 구애가 커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윤 전 총장 측은 “지금 시점에선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X파일 내가 봤는데...” 꺼지지 않는 공세

윤 전 총장의 진화가 먹힐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참전해 판을 키웠다. 이 지사는 이날 여의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도 요약된 것 비슷한 것을 보긴 봤다”며 'X파일'이 실존한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면서 “제 경험으로는 있는 사실은 다 인정하고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부당한 건 부당하다고 지적하며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조언 형식을 빌려 윤 전 총장의 해명을 촉구한 것이다.

'X파일' 논란을 촉발한 장성철씨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 두 건을 소화하며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문제없으면, (진행자가) 원하면 공개하겠다”며 “3일 정도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CBS라디오 인터뷰에선 문건 입수 경로에 대해 "정치권에서 정보에 되게 능통한 분이 참고하라며 일주일 전쯤 줬다”며 “여권 쪽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