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위험·집값 급락” 경고 흘려듣지 말아야

입력
2021.06.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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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저금리가 초래한 부채 급증과, 주식·집값 등 자산가격 앙등에 따른 금융시스템 위험도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최근 크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총지수’는 과거 외환위기 때의 최고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은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이런 상황을 경고하면서 연착륙을 위한 금리인상 필요성 및 유사시 집값 급락 위험 등을 공식 제기했다.

한은이 부채 증가나 자산거품 상황에 우려를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경고는 한은이 법에 따라 국회에 공식 보고하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나왔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스템 위험도를 나타내는 새 지표인 금융취약성지수(FVI)는 2019년 1분기 37.5에서 코로나19 직전인 그해 4분기에 이미 41.9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되던 와중에 가계부채 등이 급증하고 자산가격이 앙등하면서 올해 1분기엔 58.9까지 치솟았다.

자산가격 총지수는 자산가격 거품을 가늠하는 척도로 볼 수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3분기를 100으로 할 때 외환위기 때인 1997년 4분기가 93.1이었는데, 올해 1분기엔 91.7까지 상승했다. FVI가 높다는 건 글로벌 금리 변동 등에 따른 외부 충격이 가해질 때 국내 금융시스템이 위기를 맞을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자산가격도 총지수가 높은 만큼 위기 시 폭락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 경고는 실물 경제현장에서 보면 교과서적인 훈수에 불과해 보일 수 있다. 최근 당정이 재정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십조 원의 2차 추경을 추진하고, 저소득자 대출규제 완화 등을 감행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경고는 부채 증가, 자산가격 앙등, 금융 충격 시 벌어질 사태 등에 대한 냉정한 예측이기도 하다. 정부는 무분별한 ‘돈 풀기 정책’을, 개인은 과도한 투자성향을 각각 돌아볼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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