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워킹그룹 폐지에도 대화 요구 일축한 김여정

입력
2021.06.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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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남북 협력 사안의 대북 제재 위반 여부 등을 사전 점검해 온 '한미워킹그룹'을 없애기로 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2일 한미워킹그룹을 종료하자는 데 합의했다. 한미워킹그룹 폐지는 남북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을 존중하기로 한 데 이어 한미워킹그룹까지 종료되며 남북 관계의 자율성과 유연성이 커진 만큼 정부는 대화 재개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2018년 11월 출범한 실무협의체인 한미워킹그룹은 그동안 남북 교류와 경제협력사업이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 등에 저촉되는지를 따져보고 의견을 조율하는 장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 오히려 남북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2019년 남북은 독감 치료제의 인도적 지원에 합의했지만 워킹그룹에서 운반 차량을 문제 삼는 바람에 진행하지 못했다. 금강산 행사엔 취재진의 노트북과 카메라 지참도 금지됐다.

다만 이에 따른 공백은 빈틈없이 보완돼야 할 대목이다. 미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백악관 인사가 모두 참여하는 한미워킹그룹에선 촘촘한 대북 제재도 신속한 검토가 가능했다. 정부는 한미 국장급 협의를 강화해 이를 대신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전만 할지는 의문이다. 한미 공조의 엇박자나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런 노력에도 북한이 여전히 대화를 거부한 건 유감이다. 김정은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2일 백악관을 향해 “꿈보다 해몽, 잘못 가진 기대”라며 사실상 찬물을 끼얹었다. 김 부부장은 그동안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비난했다. 한미가 이를 없애기로 한 건 사실상 먼저 양보하며 대화의 신호를 보낸 것인데도 북한은 고자세다. 이는 북한 스스로 밝힌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도 어긋난다. 북한은 모처럼 조성된 기회를 살리는 게 득이란 걸 왜 모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