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손으로 쓴 종이학 편지 "연평해전 영웅 기억 계기 되길"

입력
2021.06.23 14:10
24면
경북 칠곡군 왜관초 학생 200여명
6학년 소규임양 아이디어로 재학생들 참여
제2연평해전 19주기 앞두고 종이학 편지 접어

제2연평해전 19주기를 일주일 앞두고 경북 칠곡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들을 추모하는 수백 통의 종이학 편지를 썼다. 칠곡은 한국전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23일 칠곡군에 따르면 왜관초 5·6학년 학생 230여 명은 제2연평해전 당시 전사한 6명의 영웅을 위해 종이학 편지 650통을 쓰고 접었다. 학생들은 색종이 편지에 연평해전 전사자에 대한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담았다.

'종이학 편지' 아이디어는 6학년 소규임(12)양이 냈다. 소양은 지난달 말 부모와 함께 영화 '연평해전'을 감상한 뒤 국군 용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칠곡군에서 제2연평해전 당시 두 다리에 큰 부상을 입은 이희완 중령을 초청해 추모 행사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종이학 편지를 접어 전달하기로 했다.

소양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제2연평해전 관련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유했고, 이에 다른 학생들도 추모에 동참했다.

소양은 "2002년을 월드컵 4강 기적의 해라고만 배웠는데, 나라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종이학 편지를 접을 때 영화 장면이 떠올라 힘들었지만 함께해준 친구와 후배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접은 종이학 편지는 오는 26일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서 열리는 제2연평해전 추모행사에 참석하는 이희완 중령을 통해 전달된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제2연평해전 추모행사에 관심을 가져주신 왜관초 학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종이학 편지가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고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월드컵 폐막을 하루 앞둔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으로 벌어진 전투다. 당시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다.


칠곡= 김재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