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30일 앞둔 도쿄는] 축제 대신 반대 시위…日 국민의 복잡한 시선

입력
2021.06.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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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불신, 불만...대회 강행 맞은 日국민 심경
초기엔 '선수들만 PCR 검사' 특혜 논란 몸살
해외선수들 부적응...일본만 대량 메달 획득?

“도쿄올림픽 개최를 중지(취소)하라! 국민의 생명이 가장 소중하다!”

지난 18일 오후 6시 30분 도쿄 주오구 하루미트리톤 빌딩 앞 광장. 20여 명이 모여 도쿄올림픽 반대 집회를 시작했다. ‘올림픽 재해 거절 연락회’ 회원인 이들은 매주 금요일 저녁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있는 이곳에 모여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미야자키 도시로씨는 “도쿄도에서 매일 500명 정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는데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일본 정부가 대회를 강행하는 데 반대했다. 올림픽 준비에 들어가는 인적자원과 자금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대상이나 의료 현장에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개막을 30일 앞둔 23일 저녁, 도심 한복판인 신주쿠구의 도쿄도청 앞에서 1,000여 명이 모이는 ‘도청 포위 시위’를 벌이자고 다른 단체들과 함께 인터넷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길거리에서도 이를 알리기 위한 선전전이 한창이다.


올림픽 ‘취소’ 의견 줄었지만 ‘안전한 올림픽’은 불신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일본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비롯해 정부 각료들이 연일 ‘안전·안심 올림픽’을 공언하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올림픽 중지(취소)’와 ‘재연기’ 의견은 각각 32%와 30%로 5월의 43%, 40%보다 줄었지만, ‘올림픽 개최로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은 83%에 달했다.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개최 취소'를 포기한 사람이 늘었지만, 안전한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까지 신뢰하진 않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이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안전·안심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동의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전문가 분과회의 오미 시게루(尾身茂) 회장이 지난 18일 “무관중 개최가 가장 안전하다”고 제언했고, 모든 여론조사에서 ‘무관중 개최’ 의견이 ‘관중 수 제한 개최’를 넘어섰지만 일본 정부는 21일 최대 1만 명을 입장시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IOC는 무관중 개최도 괜찮다는 입장이었으나 일본 정부는 관중을 받겠다고 주장했다. 도쿄올림픽을 성공시킨 뒤 가을에 총선(중의원 선거)을 치를 계획인 스가 총리로서는 ‘무관중 올림픽’은 진정한 의미의 ‘성공한 올림픽’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참가 선수들에게도 따가운 시선

하지만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밀어붙일수록, 국민들의 마음은 올림픽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애꿎은 참가 선수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지난 5월 한창 ‘올림픽 중지’ 여론이 불붙었을 당시엔 유명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불참 선언을 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앞서 21일 긴급사태 해제 전, 음식점에서 주류 제공이 금지된 상황에서 선수촌에는 주류 반입이 허용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특혜라며 큰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다. 렌호 입헌민주당 의원은 “선수단은 매일 PCR 검사를 받는데 왜 일본인은 이렇게 PCR 검사를 받기 힘드냐”고 역시 특혜론을 제기했다.

실상은 참가 선수단 역시 방역 조치로 활동이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 힘들게 경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선수뿐 아니라 보도진, 대회 관계자 등 입국 예정인 9만여 명에 대해 대회 조직위는 규정집인 ‘플레이북’을 통해 숙소와 경기장, 훈련장 등 정해진 장소를 제외하면 이동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거품으로 감싸 일본 국민과 완전히 분리한다는 이른바 ‘버블 방역’ 개념이다. 하지만 여러 경기가 동시에 치러지는 올림픽에서 이들을 일반인과 완전 분리한다는 구상이 실제로 성공할지 의구심을 표하는 전문가가 많다.

‘불공정 경쟁’으로 일본 대표팀 메달 대량 획득 추측도

일본에서 훈련하며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하는 일본 대표 선수와 달리 합숙 훈련도 하지 못하고 일본에 오자마자 경기를 치르는 해외 선수에겐 ‘불공정 경쟁’이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전 일본 유도 국가대표 출신인 야마구치 가오리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이사는 이달 초 뉴스위크 재팬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은 불공정한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외 선수단의 합숙 훈련이 취소된 경우는 물론이고, 힘들게 훈련을 온 경우조차 연습상대를 데려오거나 찾을 수 없어 제대로 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경기장에 적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전에 돌입해 부상을 당할 우려도 있다. 반면 일본 선수들은 평소처럼 연습과 준비를 할 수 있다. 하시모토 위원장은 이달 11일 기자회견에서 ‘불공정 올림픽’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명확한 답변을 못해 말끝을 흐렸다.

일본의 한 스포츠 칼럼니스트는 “도쿄올림픽은 일본 대표 선수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란 조직위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홈 어드밴티지’로 일본 선수가 대량의 메달을 딸 경우, 올림픽에 부정적인 일본 국민들의 분위기가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