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가장 경계한 대상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고 아사히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 측은 G7 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20~30분 정도 서서 대화하는 것을 일본에 제안했다. 한국은 이를 “잠정 합의했다”고 받아들여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맞춘 문 대통령의 방일 및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 등 대화 내용을 준비했고, 일본 측도 “말을 걸어왔으니 모른 척할 수 없다”며 스가 총리의 예상 문답을 준비했다.
하지만 실제 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짧은 인사 정도를 나눈 데 그쳤다. 신문은 알려진 것과 달리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눈 것은 세 차례였다며 모두 문 대통령이 먼저 말을 걸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매번 스가 총리는 “감사합니다” 등 인사에 그쳤고, “사무 쪽에서 조율 없으면 어렵다”면서 대화가 깊어지는 것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두 정상의 대화가 인사에 그친 데 대해 “스케줄 등 사정”이라고 했지만 외무성 간부에 따르면 “모두 스가 총리의 판단”이었다. 한국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소송 등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요구하는 상황에서 ‘빈손’으로 온 문 대통령과 깊은 의견 교환을 하면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신문은 추측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스가 총리가 귀국 후 주변에 ‘서밋에서 가장 경계한 것은 한국이었다’고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신문은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는 다음 기회는 도쿄올림픽으로 봤다. 하지만 한국 측은 ‘방일 시 정상회담이 필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온다 해도 정상끼리 얘기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총리 관저 관계자)라며 회담에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G7에서 일본의 대응을 감안해 올림픽에 문 대통령이 방일하는 것은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