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전쟁 선포 中, 채굴장 사실상 전면 폐쇄

입력
2021.06.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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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량 중국 내 2위 쓰촨성도 채굴 금지
中 상위 랭킹 4개 지역 모두 폐쇄 조치
국무원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타격"
강력 선포 한달 만 中 가상화폐 종지부


가상화폐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채굴장을 사실상 전면 폐쇄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전 세계 채굴의 3분의 2를 맡고 있는 중국의 강력 조치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21일 최근 쓰촨성 정부가 하달한 가상화폐 채굴장 단속 계획 문건 사진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건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관내 가상화폐 채굴장을 모두 폐쇄하고 25일까지 그 결과를 보고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당국이 적발한 26개 가상화폐 채굴 업체 명단도 실렸다. 해당 문건은 쓰촨성 경제계획 수립 총괄부처인 발전개혁위원회가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달 21일 중국 국무원은 류허(劉鶴) 부총리 주재로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타격하겠다"는 강경 원칙을 밝히면서 가상화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가상화폐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처음으로 표명한 것이다. 중국은 2017년 9월부터 가상화폐 신규 발행과 거래를 전면 금지했지만, 중국계 자본이 운영하는 비트코인 거래소들은 본사를 싱가포르 등 해외로 옮겨 중국인 상대 영업을 계속해왔다.


중국은 전 세계 가상화폐 채굴의 65%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7.2%), 러시아(6.9%)를 훨씬 웃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에 따르면 중국 각 지역별로는 신장위구르자치구가 35.7%로 가장 많고 이어 쓰촨성(9.6%), 네이멍구자치구(8%), 윈난성(5%) 순이다. 나머지 지역은 1% 이내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번 조치로 마지막 남은 랭킹 2위 쓰촨성이 폐쇄 대상에 포함되면서 중국의 상위 4개 지역의 가상화폐 채굴이 모두 금지됐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채굴 능력 기준 중국 내 비트코인 채굴장의 90%가 폐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앞장서 206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내건 중국은 탄소 배출의 주범인 가상화폐 채굴을 단속해왔다. 다만 쓰촨성의 경우 수력발전에 의한 전기 생산량이 많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어 예외로 둘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여지없이 칼날을 들이댔다. 이에 더해 중국은 비트코인이 금융 주권을 위협해 체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차제에 가상화폐를 완전히 축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채굴장 90% 폐쇄라지만 중앙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밝힌 만큼 사실상 전면 폐쇄나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훗날 가상화폐가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중국이 입장을 바꿔 다시 돈벌이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강경한 방침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1일 오후 8시40분 현재(한국시간) 24시간 전보다 5.34% 급락한 3만2,26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1주일 전에 비해서는 17.69% 가격이 떨어졌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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