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청 국민의힘 대표실에서 '대표님의 전화 호출'이 사라졌다. '36세·0선' 이준석 대표가 취임한 지 열흘 남짓 동안 대표실의 달라진 풍경이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이 대표가 사무실로 나와 보좌진과 대화하다 보니, 이 대표의 책상에 놓인 호출용 전화기엔 먼지만 쌓이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통상적으로 당대표는 실무진들을 호출해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한다. 그러나 기자가 사무실 한쪽에서 지켜보는 동안 이 대표는 한 시간에 대여섯 번 정도 나와 실무진과 대화하고 자리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했다. 박유하 대표실 수행팀장은 "언론 인터뷰나 중요한 회의를 제외하면 이 대표가 방에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책상에 놓인 전화기를 가리키며 "저 전화를 사용해 호출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표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실무진은 "예전 대표님들은 전화기 버튼만 딱 누른 뒤 '들어오세요'라고 한 마디만 했다면, 이 대표는 쓰윽 와서 필요한 것을 묻고 간다"며 "덕분에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콜라를 마시며 보고를 받거나, 통화 중인 실무진 뒤에서 기다리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야 말을 거는 '쿨한' 모습에 실무진들은 "저게 바로 이준석 스타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실에서 사라진 건 전화 호출만이 아니다. 실무진이 회의에 앞서 사전에 준비하는 메시지 초안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고위원회의 발언 등 대표의 주요 메시지를 이 대표가 초안을 직접 작성하거나 즉흥적으로 내놓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지하철 출근길을 동행한 자리에서 이 대표는 그날 오전 회의 발언을 작성하느라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 대표는 "실무진에게 언론 인터뷰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메시지를 미리 준비하게 하지 않는다"며 "제가 스스로 학습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달라진 대표실 문화를 묻는 질문에 "업무추진비도 거의 안 쓰려 한다"며 "꼭 필요할 때는 쓰겠지만 이전보다 확실히 줄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제가 얼마를 썼는지 보시죠"라고 했다. 6·11 전당대회에서 캠프사무실·문자홍보·지원차량이 없는 '3무(無) 선거운동'을 통해 약 3,000만 원의 선거비용만 사용하고도 당선된 이 대표의 자신감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