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57)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항소심 마지막 재판에서 “다른 재판부에 의견을 강요한 적은 추호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21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박연욱)가 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법관 독립 원칙을 어기고 다른 법관에게 영향을 받거나, 반대로 다른 재판부 재판에 의견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2014~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임 전 부장판사가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고 있던 재판장으로부터 미리 판결 구술본을 받아본 뒤 직접 첨삭까지 하는 등 판결에 개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 30년간 법관 생활을 하면서 늘 동료, 선후배 법관들과 법률 토론을 하고 사건 관련 의견도 밝혀왔다”며 “(재판부에) ‘이런 의견이 있으니 검토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정도였지, 지시는 아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어 “저는 지금도 해당 사건 판사들이 본인의 양심에 따라 재판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위헌적이긴 하나, 법관 독립 원칙상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재판 업무에 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각 법관의 독립된 영역인 '재판 사무'에 다른 선배 법관이 개입하는 것은 '직무 권한'에 포함될 수 없다고 보고, '직권 없이는 직권 남용도 없다'는 법리를 따른 것이다.
검찰은 이러한 1심 무죄 판결을 두고 “기계적 판결로 국민을 다시 한 번 실망시켰다”며 ‘임 전 부장판사의 유죄’ 주장을 고수했다. 이어 “피고인의 재판개입 행위로 재판장은 공정성을 잃고, 재판 당사자는 공정하게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으며 이 사건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 손상이 말로 못 할 정도로 중대하다”며 1심과 동일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4일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받은 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의 위헌성을 여부를 다투고 있다. 항소심 선고는 8월 12일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