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설거지하는 남성 늘었다지만... 女 가사노동 가치 男 '3배'

입력
2021.06.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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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 가치 500조 돌파 눈앞... GDP 25%
60대 가사노동 가치가 30대 앞질러... 고령화 영향

가사·양육 분담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남성이 세탁이나 설거지 등 가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의 집안일을 돈으로 환산한 가사노동 가치가 남성의 2.7배에 달해, 여전히 집안일 상당 부분은 여성이 책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가계생산 위성계정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490조9,000억 원으로 500조 시대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5.5%에 달하는 규모로, 2014년 조사 때보다 35.8%나 급증한 수치다. GDP 대비 무급 가사노동가치 비율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4년(22.1%)부터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남성의 가사활동 참여도 크게 늘어났다. 2019년 남자의 무급 가사노동가치는 5년 전에 비해 52.3% 증가했으나 여자는 3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사노동가치의 성별 구성비 변화를 봐도, 남자는 통계 작성 이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여자는 감소하고 있다.

남성의 참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가사활동은 세탁 등 의류 관리 부문이었다. 이 분야 남성의 가사노동 가치는 5년 전과 비교해 119.9% 늘어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 외 음식 준비(83.3%)와 청소(59.9%) 등의 남성 가사노동 가치도 높게 증가했다.

남성의 가사노동 평가액 증가율도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을 앞질렀다. 2014년과 비교해 30대 남성의 가사노동 평가액이 22.9% 늘어날 때 여성은 4.5% 느는 데 그쳤다. 40대 증가율도 남성(56.0%)이 여성(32.0%)보다 높았다. 상대적으로 가사활동에 참여하는 남성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핵가족화로 미성년자 돌보기가 줄면서 여성이 가사노동에서 참여하는 비중은 줄고,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로 남성의 집안일 참여 정도는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의 가사활동 참여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에는 아직 한참 못 미쳤다. 2019년 여성 1인당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1,380만2,000원으로 남성(520만5,000원)의 2.7배에 달했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남녀의 무급 가사노동가치 격차(3.1배)가 줄었으나 여전히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얘기다.

여성의 가사노동 참여시간(205분)이 남성(64분)보다 많은 탓으로, 전체 가사노동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72.5%)도 남성(27.5%)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인구구조 변화인 급속한 고령화도 가사노동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연령대별 분석에서 무급 가사노동 가치 비중은 60세 이상(27.5%)이 처음으로 30대(23.1%)를 앞질렀다. 전통적으로 가사노동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30대는 2004년 33.7%에서 그 비율이 점차 낮아진 반면, 60세 이상은 이 기간 17.1%에서 27.5%로 10%포인트 급증했다. 1인 가구 증가도 뚜렷해 1인 가구의 가사노동 가치(47조6,040억 원)는 5년 전보다 79.7% 급증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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