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시설에서 장애아동이 옥탑방에 감금돼 온 사실을 알고 경찰 등에 신고했다가 되레 가해자로 몰린 공익제보자가 1년 만에 혐의를 벗었다.
21일 대구지검 포항지청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경북 포항 남구의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아동 6명을 학대한 혐의로 입건된 A씨에게 지난 17일 '혐의 없음' 통보했다. A씨는 시설장으로 채용된 후 아이들이 학대당하는 사실을 파악하고 신고했지만, 전 시설장이 "신고자도 아이를 학대했다"고 맞신고하면서 가해자로 몰렸다. 여기다 신고를 접수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A씨도 학대 혐의가 있다'는 내용으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하면서 피의자로 전락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아이들의 학대 피해를 의심한 뒤 신고 전까지 동영상 등 증거 수집에 노력했고, 확보한 자료로 공익 제보한 점을 고려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 1명이 조사받는 과정에서 멀리 이사하는 바람에 사건 처리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며 "A씨가 아동을 학대한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가 일했던 시설은 가정폭력 등으로 부모와 함께 지낼 수 없는 6명의 아이들이 그룹홈 형태로 거주하는 소규모 아동복지시설이었다. 그는 시설장으로 채용돼 지난해 4월 1일부터 근무하게 됐지만, 전 시설장 B씨가 인수인계를 이유로 드나들어 제대로 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특히 장애아동 1명이 옥탑방에 감금된 채 생활하는 것을 이상히 여긴 그는 학대를 의심하고 주변 사회복지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또 감독관청인 포항시에 현장 조사를 부탁했다.
그러나 포항시 담당 공무원들은 A씨 요청을 묵살했다. 결국 스스로 증거 확보에 나선 그는 첫 출근 후 24일째 되던 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112로 아동학대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전 시설장이 A씨를 아동학대 행위자로 맞신고하면서 전 시설장과 함께 같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시설에서 일한 20여 일간 아이가 감금된 사실을 알면서도 방임했다는 이유였다.
혐의를 쉽게 벗을 줄 알았던 A씨의 희망은 절망으로 변해갔다. 그를 처음 조사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 시설장 B씨가 신고한 내용만 기록해 경찰에 넘겼다. A씨를 여러 차례 조사한 경찰마저 아동학대 혐의가 있다는 내용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1년 만에 혐의를 벗어 기쁘지만 피의자 신분이라 취직도 못 하는 등 많은 불이익을 당했다"며 "진실을 알린 공익제보자가 처벌받거나 피해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근무했던 아동보호시설의 전 시설장 B씨와 직원 2명, 해당 시설의 복지법인 대표 등 4명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17일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