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붕어 용병’ 동원해 골칫거리 ‘동양하루살이’ 퇴치작전

입력
2021.06.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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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소 팅커벨'...엄청난 개체수에 주민 '기겁'
친환경 약품 방제에서 생물학적 방제 전환
시 "2024년까지 연 15%씩 개체수 줄일 것"

한강변의 골칫거리인 동양하루살이와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가 관내 주요 하천에 '63만 용병'을 풀었다. 용병은 동양하루살이의 천적인 붕어. 이전까지 친환경 방역약품으로 방제에 주력하던 남양주시는 보다 능동적인 이번 전략을 통해 동양하루살이 개체수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1일 남양주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와부읍 월문천, 덕소천, 궁촌천 등 3개 하천의 한강 합류 지점에 붕어 63만 마리를 방류했다. 동양하루살이 유충을 잡아먹는 대규모 붕어 '군단'을 풀어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생물학적 방제사업의 일환이다. 63만 붕어 구입에 시 예산 5,000만원이 들어갔다. 마리당 가격은 약 80원이다.

이들 하천 일대는 매년 5~7월이면 떼지어 다니는 ‘동양하루살이’로 몸살을 앓는다. 하루살이과 곤충인 동양하루살이는 몸길이가 20∼30㎜에 불과하지만 날개를 펴면 50㎜에 이른다. 날개가 크고 화려해 동화 피터팬에 나오는 요정의 이름을 따 ‘덕소 팅커벨’로도 불린다. 낮엔 풀숲 등에 서식하다 밤이 되면 불빛이 있는 주택, 상가 등으로 날아든다.

덕소 팅커벨로까지 불리는 하루살이에 남양주시가 재정과 행정력을 쏟는 이유는 혐오감을 유발하는 엄청난 개체수 때문이다. 조양래 와부읍 하루살이방제대책위 회장은 “인체 유해성은 없지만, 문제는 엄청난 개체수”라며 “하루살이 떼가 건물 창문, 벽 등에 달라붙어 이질감을 느낀 주민들이 기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는 붕어와 함께 미꾸라지 등 토산 어종 방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주 서식처인 한강변 자전거길(궁촌천~덕소천 3㎞) 일대에서 친환경(유기농) 방역 약품을 활용한 방제 작업도 펼치고 있다. 삼육대와 업무협약을 맺어 ‘동양하루살이 예찰 및 방제 시스템’도 개발중이다.

시 관계자는 “살충제를 뿌리면 박멸이 가능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인 탓에 화학 약품을 사용할 수 없다”며 “천적 어종을 이용한 생태 방제로 2024년까지 매년 15%씩 개체 수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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